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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풍 20화

사모님이 되는 비결

by 자유인

어디를 가나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세상에 살면서

카드 단말기가 없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꼭 현금을 준비해서 방문하는 곳이 있다

동네의 작은 옷수선 가게다

양복맞춤 전문가였던 사장님이

기성복 열풍에 밀려서

청춘을 바쳐서 갈고닦은 양장기술을

생계유지를 위해

옷수선에 활용하면서 억울함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친절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늘 화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화가 많고 불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손님에게 불친절한 것이 불편해서 인근의 다른 옷수선 집에 가보았지만

더 불친절하고 실력까지 없어서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가게를 방문했을 때 개인사정으로

한 달 정도 문을 닫는다는 안내장이 붙어 있었다

급한 수선이 아니었기에 잠시 미루어 두었다가

한 달쯤 후에 다시 옷수선 집에 가보니

그가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슬쩍 물어보니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는 옷수선 집을 갈 때마다

만 원짜리만 준비해 가고 수선비가 얼마가 나오든

거스름을 받지 않았다

취향을 몰라서 음료를 못 사 왔다며

거스름돈으로 커피 한잔 드시라고 했다

다시 그가 힘내어서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을 담은 소소한 응원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반갑게 인사를 시작하고 가끔 웃기도 하고

때로는 일어나서 문을 열거나 닫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흐른 어느 날

내가 수선한 옷을 찾아 가게를 나서는데

-사모님 감사합니다

라고 그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나는 아무 말없이 그냥 빙긋이 웃어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조금 좋았다


그가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을 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아줌마니까

그가 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그 호칭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그가 누군가를 존중해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자기가 행복해야 남에게도 친절할 수 있는데

그가 예전보다 조금은 행복해진 것 같아 기뻤다




아줌마가 사모님이 되는 비결은

커피 한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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