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기억, 여덟 살의 나

Chararri story

by 차라리

Chararri story #3


어딘가 숨어 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도대체 어디서 흘러나오는 냄새인지 알 수가 없는데

썩은 기름 냄새처럼, 계속 맡고 있자니 속이 메스꺼워지는 그런 냄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내 집에 흘러들어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나는 건,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4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디선가 낯설고 불쾌한 냄새가 느껴졌다


혼자 사는 집이라 내가 없는 동안 이런 냄새가 날 일은 없었기에 의아한 생각에 냄새의 원인을 찾아 여기저기를 살폈지만, 도통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그 냄새만 오롯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참을 찾다 지치고 나서야 온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시간이 지나면 빠지겠지 하며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 잠들 시간이 아니었고 그다지

피곤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냄새에 취해 잠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내가 등장했다

그 꿈의 주인공은 분명히 나였지만, 나는 꿈을 꾸는 동안 바깥에서 화면을 통해 그 꼬마를 지켜보는 관찰자였다

타원형 빌딩들, 연보랏빛 연기, 둥둥 떠다니는 기묘한 풍경

살면서 본적은커녕 상상한 적도 없는 장면들이었다


여덟 살의 나는 그곳에 실수로 던져진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울지도 않고, 누구를 찾지도 않고 그저 서 있었다

화면은 그 조용한 모습을 끊임없이 비추었고 ,

꿈속의 나는 조막만 한 입술을 야금야금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고 그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듣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계속해서 애처롭게 말을 뱉는 그 꼬마를 ,

그리고 그 애처로움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을 때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냄새는 사라지긴커녕 오히려 더 짙어져 있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할 순 없었다


냄새를 없애보려 창문과 문을 활짝 열고 몇 날 며칠 지내봤지만 그 악취는 쉽게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냄새는 이 방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밥을 먹지도, 담배를 피우지도,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그저 방 한구석 어딘가에 숨어, 아무 말 없이 냄새를 풍길 뿐이다


문득 생각했다

여덟 살의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혹시 이 정체 모를 냄새에 대해 뭔가를 알려주려던 건 아니었을까


1년, 2년, 그리고 10년.

시간이 흘러 30년.

학생에서 사회적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그 냄새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법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만약 여덟 살의 내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내가 잊어버린 것이라면

조금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어쩔 도리 없이 무력하게 고생하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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