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점심메뉴는
사과 한 알과 삶은계란 두 개다
이 전의 나라면
음식 양이나 메뉴에 대해
절대 만족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너무 만족스럽다
메뉴를 고정하니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계란은 그냥 물에 풍덩
삶으면 되고,
사과는 껍질채로 써는데
1분도 안걸려서 간단하다
이렇게 먹는데
질리지도 않고
매일매일 맛있다
어제는 저녁으로 소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소고기... 근데 어째서인지
이 전만큼 맛있단 생각이 안든다
사실 비싸고 맛있는 소고기라는게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으로 가면
그렇지 않은 음식이 될 수 있는데
비싸서 잘 먹을 수 없다는 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걸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매일매일 비싼 맛의
기름진 소고기를 먹으라하면
과연 내가 먹는 사과와 계란처럼
질리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이나가키 에미코씨가 한 말이
이제야 온전히 와닿는다
이나가키 에미코씨는
매일 밥, 야채절임, 된장국으로만
이뤄진 소박한 식사를 하시는데
식욕이 없거나
음식에 둔감한 사람이 아닌데
항상 위의 구성으로 식사를 하신다
그럼에도 직접 지은 밥과
된장국과 야채절임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매일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이 분의 영향인지 나도 점차
같은 마음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나만의 소박한 식사로
이나가키 에미코씨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
사실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은
대단한 음식을 먹는 것 보다
매일 먹는 소박한 음식에서
느끼는 것이 가장 오래, 많이
즐길 수 있는 행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