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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Oct 16. 2023

슈퍼맨이 되겠다던 꼬마 아이

슈퍼맨이 되겠다는 꼬마아이는
참 힘든 일도 많았지만 홀로 싸워온
오늘밤도 그 아인 세상과 on&on 연기든, 랩이든, MC든 이제 천하무적!
-MC몽 2집 타이틀곡 노래 천하무적 중-


사진첩을 둘러보다 꼬맹이 시절 사진을 보니 문득 회상에 잠겼다. 슈퍼맨, 나도 어렸을 땐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장난감 칼을 쥐고 얍! 얍! 기합을 넣어가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악당으로 만들었고, 이불을 망토 삼아 몸에 칭칭 감싸고 입으론 슈퍼맨 노래를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고 악당을 물리치던 멋진 슈퍼히어로를 따라 하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꾸러기 시절을 보내던 언젠가 슈퍼맨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임을 알곤 꽤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 멋쟁이 히어로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망함은 글로 표현해 내기가 어렵다. 이제는 어엿한 30대에 접어든 내가 바라보는 슈퍼맨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슈퍼맨은 이제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 누구도 슈퍼맨이 될 수 없으며,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픈 슈퍼맨이란 하늘을 날고 괴력의 힘을 과시하며 빨간색 삼각팬티를 타이즈 위에 걸치는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고자 노력하는 우리 모두를 뜻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며 어떤 이에게 사랑받고 살아간다. 가족이나 사회의 무리에서도 그렇고,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구태어 사랑한다는 말이 오가는 것만이 사랑이 아닌,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나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 또는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사랑의 일부분이다. 혹시나 누군가와의 의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누군가의 안녕을 전해 듣고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한때 상대방을 사랑했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켜내는 일이 대단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실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좋은 날 안부를 묻는 메시지 한통이나 당신을 위해 선물하는 커피 쿠폰, 또는 삶의 대소사를 나누기 위한 전화 한 통도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지만 가끔 전해오는 평범한 소식에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지켜낸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고 관심을 두고 안녕을 바라는 일, 그 정도의 크기와 표현에도 충분하다.


30대에 접어들고 보니 '얻어지는 것' 보다는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족의 건강이나 연인과의 사랑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행복한 추억이나 직장동료들과 쌓인 의리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둘러보니 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로 인해 삶이 풍요로웠음에 감사한다. 오늘은 내가 받았던 감사함을 전달하고자 사랑했고, 앞으로 사랑할 이들에게 짧은 메시지로 나의 사랑을 보내는 하루로 디자인 해야겠다. 

그들이 나를 당신만의 '슈퍼맨'으로 느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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