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개의 모성애, 아이들을 경계하다
시골에 내려와서 살다 보니 그냥 돌아다니는(?) 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주 작은 개부터 조금 큰 개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요즘은 사료값이 비싸서 시골에서도 개를 많이 안 키운다고 한다.
2주 전쯤 아이들 하굣길에 개 한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목줄이 있고 몸에는 검은 얼굴 무늬가 있으며 중형견쯤 된다. 학교를 가려면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매일 하교 시간 2~3시쯤, 비슷한 위치에 개가 있었다. 아이들을 쫓아오다가도 어느 정도 범위를 넘어가진 않았다.
아이들이 그냥 걸어가고 있어도 쫓아와서 짖으니 겁을 먹고 도망가게 된다. 한 번은 아이들 여러 명이 가는데 쫓아와서 바지를 물기까지 했다. 나는 더 뒤에 걸어오고 있어서 그 상황을 보진 못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개가 짖고 쫓아오니 아이들이 굉장히 무서워했다. 오후에만 보이던 개는 등굣길에도 있었다. 아이들끼리 잘 다니던 길인데, 개를 무서워해서 엄마들이 등하굣길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막내랑 집에 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개가 쳐다보고 있었다. "막내야 앞만 보고 빨리 걸어"라고 말했는데 겁에 질린 막내가 엄청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개를 원래부터 무서워했던 1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막내를 따라 전력 질주했다. 이렇게 뛰어본 게 몇 년 만인지....ㅋㅋ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엄마가 마을회관에 가서 물어보고, 이장님,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께 물어보았지만
모두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래서 119에 신고했는데, "유인해서 잡기는 어렵다. 마취총을 쏴서 잡아야 한다. 개에 목줄이 있어 주인이 있을지 모르니 누군가 동의하지 않으면 마취총을 쏠 수도 없다"라며 돌아갔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포획망을 갖다 줄 테니 직접 관리해서 잡으라고 했다. 포획망이 고철이라 그냥 가져가기도 한단다. 주말 사이에 포획망에 먹이를 넣어 두었지만 개는 잡히지 않았다.
이렇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결국 119에 다시 연락해서 동의서를 쓰고, 개를 잡아갔다. 그런데! 개를 본 동네분이 젖이 쳐져 있다며 새끼를 놓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주변에 새끼가 있어서, 새끼를 보호하려고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게 매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게 이상하긴 했다.
개가 잡혀가고 이틀이 지난 후, 동네 아이가 학교를 가는데 강아지 소리가 들린다며 엄마에게 연락해 왔다. 그곳에 가보니 강아지 4마리가 낑낑대고 있었다. 어미 개가 항상 있던 곳 바로 근처 컨테이너 박스 옆의 안전한 공간이었다.
'어미 개가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아직 젖도 떼지 못한 강아지들은 낑낑대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정말 아기였다. 4마리 모두 무늬도 다 달랐다. 검은색, 황색, 얼룩무늬 등. 어미 개가 없는 사이 잘 버텨 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과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이 강아지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주변에 키운다는 사람이 있으면 줄까? 우리가 키울까? 시장에 가봐야 하나?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해야 하나?
마침내, 유기견 보호소에 전화하니, 바로 오셔서 데려갔다.
어미 개는 강아지들을 지키기 위해 그 길목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짖고 경계했었던 것 같다. 그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아이들뿐이었으니까.
우스갯소리로 '동물농장에 제보해야 하나?'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일이 더 길어졌다면 정말 동물농장에 제보했어도 됐을 것 같다.
하교 후, 아이들에게 강아지 사진을 보여 주니, "다시 가서 데려와서 우리가 키우자"라고 했다. 정말 아이들이 강아지를 봤으면 키우게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섯 집에 모여사는 이곳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부디 아기 강아지가 어미 개를 만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