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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졸업식이지!

시골학교의 훈훈한 졸업식  

by 윤슬 Mar 05. 2025

2025년 1월 9일 목요일

눈이 펑펑 내린 날

아이들이 다니는 시골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졸업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한번 가보고 싶었다.

같이 유학온 친구도 이번에 졸업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졸업식에 가게 됐다.


요 며칠 동안 삼형제는 졸업가 노래와 교가를 틈만 나면 불렀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이런 노래였던 것 같은데?

아니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이런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요즘 트렌드는 또 바뀌었더라.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노래인데 졸업 노래는 언제 들어도 뭔가 찡하다.


학교 교가는 어찌나 많이 부르는지, 나도 모교의 교가와 헷갈릴 정도이다.

그만큼 아이들도 시골 학교에 대한 애착이 많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학교 생활 12년 동안 참석했던 졸업식은 사실 많은 기억이 없다.

졸업생들이 강당에 다 모여서, 누군가 대표로 졸업장을 받고, 상장을 받고 교장선생님 말씀, 졸업가 등의 순서로 진행됐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교 졸업식,

친구들이랑 다른 지역에 가서 옷도 사 입고 한껏 멋을 부리고 갔던 것 같다^^


어쨌든 시골학교의 졸업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다.


도착하니 재학생은 강당에 미리 와서 앉아 있었고,

7명의 졸업생들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앞에 있고, 가족들은 뒤에 서서 보던 졸업식과는 사뭇 다르다.


갑자기  재학생들이 일어나더니 강당 앞에 가서 양쪽으로 나란히 섰다.


그리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쑥스러워하며 걸어 들어오고

재학생들이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선배들을 맞이했다.

이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수줍어하는 6학년 졸업생 그리고 신나게 선배들을 향해 박수 쳐주는 후배들.

이렇게 훈훈한 모습으로 졸업식이 시작됐다.


팔방미인상, 황금손상, 건강어린이상, 발표왕상 등

7명의 졸업생 모두 상장을 받았다.


그리고 직접 쓴 편지를 옆에 앉아 있는 부모님께 읽어주는데

코끝이 찡했다. 1년 후에 나도 이런 모습일까?


아울러 18분가량의 동영상을 봤다.

6학년 친구들의 신입생 시절부터 올해 1년 동안의 활동을

쭉~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인터뷰 내용이 있었는데,

어떤 친구는 선생님에게 참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힌 친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매일 불렀던 졸업식 노래와 교가로 졸업식은 마무리되었다.


졸업생은 7명이지만 1시간 30분 동안 아주 꽉 찬 졸업식으로 진행됐다.

그 어떤 졸업식보다 알차고 마음이 따뜻해진 졸업식이었다.


단순히 정해진 식순대로 가만히 서서 졸업식을 하고 오는 것과 달리

가족들이 옆에 앉아서 함께 있고,

졸업생들은 정말 나의 6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보는 사람도 진심으로 그들의 졸업을 축하할 수 있는 이런 졸업식이 진짜 졸업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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