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드윗(Jasper Dewitt)의 '그 환자'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금지 환자, 그 환자

by 안서조

이 책의 온전한 제목은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금지 환자, 그 환자”다.

이 책의 서문에 “ 본 원고는 전문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웹 포럼이었다가 2012년 오프라인 형태로 전환되면서 폐쇄된 MDconfessions.com에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원작자가 필명으로 쓴 데다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은 세세한 부분까지 바꿔놓은 바람에 작가의 정체라든가 여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는 알아내려 해도 알 수가 없었다.”라고 쓰여있다.

그러면서 작가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이런 상태로 계속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는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나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맹세컨대 나는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야기에 언급된 일들은 사실이지만, 의사 경력에 흠이 생기지 않으면서 독자들의 안전도 지키도록 이름과 장소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한다.

위 멘트를 읽고 호기심과 궁금증이 엄청나게 밀려왔다.

이야기는 미국의 어느 주의 주립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주인공은 자기 어머니가 조현병으로 사망한다.

어머니를 잃고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유능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명문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의사가 된 주인공은 대도시 병원에서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 수 있었지만, 약혼녀가 거주하는 지방의 정신병원에 자원 근무하면서 ‘그 환자’를 만난다.


‘그 환자’를 치료한 의사는 모두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걸렸다.

심지어 그 환자의 간호사도 자살한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그 환자’의 주치의가 된다.

‘그 환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마음에 있는 망상을 먹고사는 실체가 없는 알 수 없는 ‘그것’이다.


병원 원장은 주인공이 ‘그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말에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주인공의 대답은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겁나요.”라고 대답한다.

‘그 환자’는 자기에게 접근하는 의사든 간호사든 그 사람의 약점, 가장 아픈 것을 찾아 공격하여 자살하게 하거나 미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특히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 하나는 갖고 있다.

망상이라는 괴물은 그것을 찾아내서 공격한다. 당하는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당당하던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심한 조현병에 걸린다.

이 책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공포를 자극한다.

주인공이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에 면회 가서 본 장면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하고 악몽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악몽이 되고 망상이 되고, 온갖 형태로 나타난다.

이야기가 실화든 아니든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로서 사람을 이렇게 공포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 환자. 재스퍼 드윗 저, 서은원 옮김. 2020.08.12. 해와달 출판그룹. 277쪽. 14,000원.


재스퍼 드윗(Jasper Dewitt) 필명이며 본명과 신원은 알려진 바 없다.


서은원 –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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