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의 '귤의 맛'을 읽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청소년들의 이야기

by 안서조

제목이 “귤의 맛”이라서 제주도와 관련 있는 내용의 소설이라고 짐작해서 읽게 됐다.

읽으려고 저자를 보니 조남주였다.

요즘 조남주 책만 선택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입학식을 하는 친구 4명이 초등, 중학교에서 맺은 우정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각 가정의 입장과 생활이 세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오랜만에 청소년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 절친 4명이 몰려다니면서 하루가 부족하다고 매일 만나서 놀던 추억이 새롭다.

60년대 후반, 70년대 초에 이르는 그때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고 주머니에 돈은 없었다.

부모님도 가난했고 나도 가난했다.

친구도 친구의 부모님도 형편은 비슷비슷했다. 중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석 달에 한 번씩 수업료를 내야 할 때마다 담임선생님의 독촉을 받았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생활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좀 더 좋은 학군으로 옮겨 가는 세태와 학교 폭력이라는 것들만 다르지 내가 그 시절에 친구와 어울려 다니고 고민을 이야기하고 했던 모습은 다름이 없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고 먹거리, 놀거리도 많고 흔한 세상이다.

노래방도 있고, 쇼핑, 스마트폰, 동아리 활동 학교생활도 우리 때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고민은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 친구와 우정, 그리고 가정형편에 대한 것 등 어쩌면 모두 못살았던 우리 어린 시절보다 빈부격차가 심화된 요즘이 친구와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래의 고민도 많이 달라졌다.

다만 어른들의 생각은 예전과 별로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손자, 손녀가 생각났다.

나는 손주들의 고민과 생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할아버지로서 나의 기준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나기만 바라고 있지,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알려고 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을 때 사춘기니까, 커가는 과정이니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쳤다.

이제부터는 좀 더 자세히 아이들을 보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문제가 있을 때 아이들이니까.

하는 생각을 버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원인을 알 수 있는지,

세밀하게 보고 진실된 마음으로 가족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같이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작가는 다윤이 외고 면접을 포기하고 혼자 집에 돌아온 힘든 상황을 “분홍과 빨강, 노랑, 세 가지 색으로 암술과 수술이 다 드러나도록 활짝 펼쳐진 꽃잎들에 음영을 넣어 가면서 칠했다.

마지막으로 암술 끝에 아끼는 금색을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연필심이 뚝 부러졌다. 심이 너무 많이 드러나도록 연필을 깎아 둔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힘을 세게 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부주의하지 않았고 경솔하지 않았는데 망가지는 일들이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라고 한다.

학폭위의 피해자가 된 은지의 심정을 “그때 은지는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로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라고 말한다.

성장기, 청소년의 시기에 어른들이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청소년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책을 읽는 것도 어른들이 할 도리인 것 같다.


귤의 맛. 조남주 저. 2020.05.20. ㈜문학동네. 205쪽. 11,500원.

조남주 ;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으며 등단, 82년생 김지영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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