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 소설 『사랑의 이해』

by 안서조

적당한 두께의 장편소설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은행 직장 내 연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임시직 청경인 잘생긴 미남 ‘종현’, 남자라면 누구나 사귀고 싶은 미녀 ‘수영’, MBA 출신 은행원 ‘상수’, 집안 좋은 은행원 ‘미경’, 유도선수 출신 행원 ‘경필’은 같은 은행에서 근무한다. 상수는 수영에게 마음이 뺏겨 사랑을 고백하려고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기회를 놓친다.


‘수영’은 잘생긴 미남 청경이면서 고시 준비생인 ‘종현’에게 마음이 있다. 종현은 불우한 가정에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중상을 입고 요양원에 있다. 누이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닌다. 가정형편 때문에 시험을 포기하려고 한다. ‘수영’은 종현이 시험에 떨어진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동거를 결심하고 경제적 뒷바라지를 한다. 상수는 미경과 업무를 같이 하면서 사랑을 느끼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미경의 아버지를 만난다. 그러면서도 수영을 잊지 못한다. 2년 동안 미경과 사귀면서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서로 헤어진다. 이런 과정에 수영, 미경이 경필과 가까웠던 과거가 밝혀진다. 결국 모두 헤어지고 소설은 끝난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외모, 능력,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라는 것이 그랬다. 끌리면 끌어와야지, 끌려가서는 안 됐다. 더구나 남자들이란 배은망덕한 사자나 다름없지 않나. 대책 없이 내주기만 하다가는 어느 날 더 내줄 것이 없을 때 내주던 손부터 먹어 치우려 든다. 덮어놓고 안 내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밖으로 뛰쳐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연애란 순전히 길들이기의 문제, 누구를 만나든 결국에는 언제 어떻게 왜 내주고 받을지 서로 약속하고 그것에 적응해 나가는, 험난하고 지루한 과정이었다. 대상이 가장 중요했다. 굶주린 사자는커녕 미어캣도 못 되는 상수 같은 남자는 애당초 제외해야 했다.


이미 마음을 줬는데, 갖고 싶은 남자가 가져지지 않아 약 올라 죽겠는데 어느 여자가 다른 여자 말 따위를 들을까. 아무리 수식을 쓰고 도포를 그리고 대차대조표까지 만들어서 그 남자가 세상에서 두 번째쯤 보잘것없다고, 내일은 아니어도 모레쯤에는 틀림없이 부도날 계좌라고 보여 줘도 소용이 없다. 제풀에 지치지 않은 바에야 남의 말만 듣고 얌전히 마음 접는 여자는 없다. 갖고 싶은 남자는 가져야 했다.


옷은 입어 보면 알고 가방은 들어 보면 안다. 남자도 가져 보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갖기 전까지 아무리 따지고 비교하고 뜯어봐야 유리창 너머 보이는 가방, 옷걸이에 걸린 코트였다. 환생해도 모른 채 콧물 같은 미련, 재생 휴지 같은 후회만 남는 것이다. 아무리 풀고 닦아 봤자 코밑만 벗겨지고 쓰라려, 다 집어던지고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런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다 겪은 뒤에야 알 수밖에 없었을까. 왜 이제야. 후회도 탄식도 아닌 쓰고 저린 감각이 마음 낮은 곳에 고였다.


연애는 남자와 여자가 한다. 남자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선택은 여자가 한다. 이 남자와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남자는 여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남자는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머가 있다. 여자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친구에게 말하면, 직업이 뭐니? 키는 크니? 돈은 많이 있니? 등등 현실적인 조건을 물어본다. 남자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친구에게 말하면 “예쁘냐?”만 물어본다.


책 소개

이혁진 소설 『사랑의 이해』 2019.04.12. ㈜민음사. 353쪽. 13,000원.

이혁진. 2016년 장편소설 『누운 배』로 21회 한겨례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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