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원 저 ‘나는 무늬’를 읽고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을 만든다

by 안서조

김해원 저 ‘나는 무늬’를 읽고, 도서출판 낮은산에서 만들었다.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로 소설은 시작된다. 명예훼손에 관한 “문희”라는 사람의 조서다. 이야기의 내용은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자살한 “문희”는 외할머니와 함께 자란다.

고3이 된 어느 날 청소일을 하는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고 사망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윤지윤과 오사강 등과 어울려 억울하게 죽은 이진형의 사망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 특히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을 만든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주인공 문희는 일곱 살에 엄마를 잃는다.

그리고 고3에 할머니를 갑자기 잃는다.


그에게 삶은 무엇인가?

“절망과 붙어 다니는 체념은 단념과 다르다. 단념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체념은 단념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단념에는 어떤 기대가 끼어들 틈새가 있지만, 체념에는 어떤 기대도 없다.


체념의 반대말은 희망이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날마다 하나씩 단념하며, 결국 체념에 이르게 되었다고, 체념에 낯이 있다면, 그건 내 얼굴 일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팔자는 무수한 우연 중 하나이고,

우연과 필연으로 착각하는 우연이 얽히고설킨 인생은 행성의 음모를 교묘하게 감춘 눈속임일 뿐이다.

인생의 장르가 스릴러, 미스터리, 누아르, 로맨스, 판타지 그 무엇이든 결말은 같다.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행성의 엔딩은 오로지 하나다.


“소멸” 인생의 전개에 만족하든 말든, 가죽을 남기든, 이름을 남기든 결국 소멸한다.

행성은 다른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소멸’로 끝이 난다.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무던히 이어지고,

슬픔과 절망도 끝이 없는 이 행성에서 추모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향한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눈물을 닦고 다시 살아야 한다.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며느리의 빈자리가 세월이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나이가 어릴수록 연민과 빈자리는 채워지기 어렵다고 느낀다.

소설을 읽으며 이 나이에 눈물이 울컥 솟구치는 것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다.


사람의 인연에 전생이 있다면 조손(祖孫) 관계는 아마도 조상이 된 사람이 손주가 된 사람에게 많은 빚을 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 인연을 맺은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어려서는 친구가 세상에 모든 것인 양 산다.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이 되고 보니 지금 내 나이 때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지독한 외로움이 노인의 벗이다.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손주다.

그러나 그 나이의 손주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들이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수레바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낌을 적다 보니 나의 넋두리가 되었다.


성경의 첫 구절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이다. 이야기가 삶이고 살아가는 과정이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그럴 수도 있구나.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

모두 말이라는 인간의 소통 방법에서 서로 좋아하고 미워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말! 말! 과하면 독이 되고, 부족하면 소통 부재가 된다.


나는 무늬, 김해원 저. 2021.03.30. 도서출판 낮은산. 303쪽. 12,000원..


김해원 – 지은 이야기 “열일곱 살의 털” “오월의 달리기”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나는 그냥 나예요” “고래 벽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