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프랑스 로맹 가리 유작 소설

by 안서조

이 책의 표지에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가 무려 40년 동안 쓴 소설. 쓰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 『가면의 생』은 작가의 청춘과 장년을 지나 예순 살이 넘어서야 완성되었다!”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읽었다.


로맹 가리의 작품은 1962년 미국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었다. 제목 외에 단편소설 16편이 실려있는 책이다.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에밀 아자르의 진짜 이름은 ‘로맹 가리’로서 그의 유고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에 이 작품을 스무 살 때 시작했다. 쓰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해서 예순 살이 넘어서 완성된 것이라고 밝혀졌다. 작품이 시작되어 세상에 나오기까지 40년이 걸렸다. 그것을 의식해서인지, 내용 중에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파우스트는 ‘반쪽 얼굴, 하나의 고환’으로 지내야 했다”라고 쓰고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화자 ‘나’, 삼촌이라고 부르는 ‘나’의 생부 ‘통통 마쿠트’, 네델란드의 정신과 의사 ‘크리스티안센’, 여자 친구 ‘알리에트’ 등이다. 화자 ‘나’는 이름이 여러 개다. ‘에밀 아자르’, ‘피노체트’, ‘폴 파블로비치’, ‘알랙스’, ‘네네스’,… 로 정신 상태에 따라 다른 이름이 된다.


‘나’는 네 살 때 같이 놀던 새끼고양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방어기재로 비단뱀으로 변하고, 생명이 없는 물체, 책상이나 돌로 변한다. 때로는 비단뱀을 입증하기 위해 생쥐를 먹는다.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정신과 의사는 치료를 위해서 ‘나’에게 소설을 쓰라는 처방을 한다. ‘나’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계속 위장한다. 그리고 삼촌이 자신의 어머니와 동침해서 자기를 세상에 나오게 해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원망한다. 그 사실을 부인하는 삼촌 ‘통통 마쿠트’에게 집요하게 생부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소설이 발표되고 공쿠르상 수상 대상자가 되지만, 자신이 세상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거부한다. -실제 작가는 공쿠르상을 두 번 받았다.- 공쿠르상 거부로 인해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고 ‘나’는 기자를 속이기 위해 비단뱀으로 위장한다.


‘나’는 수 천 년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유전자를 괴로워한다. 어머니가 외삼촌과 근친상간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잘못된 출생의 원인을 바꾸려 한다. 미국에서 DNA 조작이 가능하다는 뉴스를 접하고, 유전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2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예수와 신을 불러내 대화하고, 비단구렁이로 변신하고 덴마크에서 파리로 갔다가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런던으로 수시로 이동하며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고 정신병원으로 되돌아 오는 과정이 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한 참 읽다 보니 내 정신도 오락가락했다.


책 중에서

시작이란 없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사람은 각자의 차례대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소속된다. 나는 그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낸 사람은 없었다.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다.


나는 늘 유전자에 대한 공포, 탄생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내 인간적인 성향에 희생당해왔다. 매일 아침 나는 근원을 갖지 않은 인공적인 유전자를 만들어낸 미국의 윌 교수에게 그 근원 없는 유전자로 태어난 존재에 대한 소식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내 안에는 서로 싸우는 두 사람, 내가 아닌 인물과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인물이 있었다. 죄의식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며 줄곧 나를 압박했고 주의에서는 일상성과 익숙함이 계속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좀 더 멀어지기 위해 날마다 나 아닌 존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망상증 환자로 남아있는 것은, 피해망상은 피해망상으로써만 벗어날 수 있는데, 세상에 망상증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균형을 잡으려는 것뿐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고통 없이는, 죽음 없이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주제 없이는 문학도, 영감의 원천도 있을 수 없어. 우리가 그것을 어디서 찾겠니? 천지창조는 오직 예술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그 성공은 수많은 걸작으로 증명되고 있다.


유력한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소양이 부족한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책 소개

『가면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2007.05.15. 마음산책. 232쪽. 9,500원.

에밀 아자르 Emile Ajar(로맹 가리 Romain Gary) - 1914년 모스크바에서 출생, 14세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한다. 법학을 공부한 후 공군에 입대. 프랑스 외무성 외교관으로 불가리아의 소피아, 페루의 라파스, 뉴욕, 로스엔젤레스 체류. 1945년 “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 수상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받았다. 1962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미국 최우수 단편상 수상 1974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그로칼랭』 발표. 『자기 앞의 생』으로 1975년 공쿠르상을 받았다. 1980. 12. 2.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


-야망과 열정의 인간이었으며, 꿈과 모험을 사랑했던 불세출의 작가 로맹 가리. 세기를 풍미한 거장의 진면목을 확인케 하는 열여섯 편의 기발하고 멋진 소설들은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한 허영에 대한 신랄한 탄핵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기기만에 대한 로맹 가리의 날카롭고 흥미진진한 적발과 풍자는 설명될 수 없는 삶의 영토를 늘 그 속에 품어냄으로써 쓸쓸하지만 심오한 성찰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김남주-이화여대 불문학과 졸. 주로 현대 프랑스 문학과 인문서를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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