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Feb 23. 2024

『북한 게임의 문화융합』 이지순, 최선경 지음.

〈북한 게임의 문화융합: 게임산업, 콘텐츠, 경험〉

이 책의 온전한 제목은 〈북한 게임의 문화융합: 게임산업, 콘텐츠, 경험〉이다. 법정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만들었다. 북한에 게임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었다.


북한에도 온라인 게임이 있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2010년대부터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남녀노소가 즐기는 게임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북한의 게임 관련 상황을 살펴보면,     

북한에서도 디지털 게임은 일상에 파고들고 있으며, 게임산업으로 발흥하고 있다. 


2003년부터 평양에서 PC방이 생겼다가 2006년경 당국의 금지로 문을 닫았다. 개인이 컴퓨터를 구매하여 국가에 일정 수익금을 내고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PC방이 금지된 이후에는 전기를 잘 끌어올 수 있는 “기업소 건물 한 귀퉁이 땅”이나 “영화관 뒤편 건물”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거나 컴퓨터보급실 또는 전자도서관 같이 PC와 고속 모뎀 설비가 갖추어진 공공기관에서 밤 시간을 이용해 영업을 이어갔다.      


북한에서는 비법非法과 합법合法, 공식과 비공식을 교차하며 형성된 게임 환경 속에서 게임 유통과 과금 체계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잠재하고 있다. 북한에서 게임 경험은 지역과 계층, 성별, 디지털 리터러시, 게임 리터러시에 따라 다양하게 파편화 되어 있다. 모바일 게임은 기성세대와 여성이 선호하며, 젊은 세대와 남성은 PC 게임류를 선호한다. 개인의 선호도와 취향, 빠르게 변화하는 하드웨어, 국가보안체계의 강화는 경험의 충위茺蔚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가 강한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게임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들이다. 국가의 검열과 감시체계, 제한된 온라인 접속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게임 경험은 과몰입, 잠재된 욕망의 표출과 일탈에 연계된 자기표현, 집단 감성을 발현하는 마니아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우리식’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해외 게임을 모방하고 참조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융합이 나타났다. 서구적 이미지들이 북한 게임에 혼입되었고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의 격투 게임처럼 민족적 전통과 문화가 게임의 문법으로 재탄생했다. 게임콘텐츠에는 서구의 것과 북한의 것, 전통과 현대, 놀이와 학습이 섞여 있다. 게임하기는 아날로그적 일상에서 디지털 게임이 구동되고 대면적인 공간에서 익명의 게임 정체성을 섞어 경험되었으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복합된 형태로 경험되었다.    

 

김정은은 2012년 신년사에서 “새 세기 산업 혁명은 최첨단 돌파전으로 우리 식 지식경제 강국을 일떠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임을 표명했다. 4월 6일 담화에서는 “새 세기 산업 혁명의 불길이 나라를 지식경제강국으로 일떠세울” 것을 밝혔다. 2019년부터 ‘경제의 정보화’의 최신 추세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강조하고 관련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간부의 능력 제고를 주문했다. 2012년 북한은 교육개혁을 진행 소학교 과정 1년을 추가하여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했다. 2013년 개정된 교육 내용 가운데 변화는 영어와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교과 편성이다. ‘기초기술’, ‘정보 기술(컴퓨터)’ 등 기술 관련 교과를 신설하여 소학교 4학년부터 교육하고 수업 시수도 확대하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정보통신 부문에서 최신 기술에 기초한 통신 인프라 개선, 이동통신 연구 활성화와 ‘다음세대통신으로 이행’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의 이동통신은 3~3.5G 수준이다.


북한은 2000년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심으로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해왔다.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기본적인 기술, 인공지능인식 시스템, 자동화시스템 등에서 상당 수준에 도달한 것을 알려졌다. 인공지능은 게임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온라인 게임이 발달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북한에서는 인공지능 바탕의 게임이 발달했다. 휴대전화 게임도 사람 대 인공지능의 대결 게임이 주를 이룬다.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과학 연구원 지능기술연구소는 음성인식, 화상인식, 자동번역 등을 연구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일부 분야는 인간의 지능 수준에 가깝게 접근하여 각종 지능오락, 지능로봇 및 가정용 전기제품들에 응용된다. 북한 연구기관들은 “세계인공지능기술이 패권을 쥐는 것”을 목표로 동시통역프로그램, 음성인식기술, 자유대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필적 인식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키며 바둑, 장기, 축구 등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는 게임개발도 함께 진행했다. 특히 바둑 프로그램은 1990년대 후방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7년 조선콤퓨터쎈터 산하의 삼일포정보센터에서 〈은별바둑〉을 비롯해 〈은별장기〉, 〈은별마작〉 등 PC 게임을 각각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들이 있었다.     


북한의 게임개발은 온라인, 모바일 게임개발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IT 개발자를 연변, 단둥, 대련 등 중국 동북 3성에 파견하여 중국 IT 게임의 하청을 수행했다. 하청은 중국의 다국적 기업이나 중국기업에 기술인력을 파견하여 모듈별로 분할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이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청은 인공지능, 3D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처리 분야 및 보안 솔루션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중국 기업을 창구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북한 개발자의 하청 인건비는 중국 동종 업계 종사자의 25~30% 수준으로 파악된다.     


북한 스마트폰은 주소록, 통보문(문자), 달력, 녹음기, 날씨, 음악 등 기본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도서열람기(E-book), 외국어 교육, 전자결제 그리고 게임 등이 내장되어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주민 수요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게임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라고 할 수 있는 ‘삼흥경제정보기술사’는 조선콤퓨터쎈터에서 분리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소로 사상학습 자료를 전자 서적으로 제작하는 업무를 했다. 2017년부터는 테블릿PC 및 휴대전화 열람 프로그램인 〈나의 길동무〉 시리즈를 출시했다. 대영정보기술교류소는 주로 건강 관리 지원 및 체육 활동 보조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스포츠게임 〈바드민톤 강자대회〉와 모바일 게임 〈임진조국전쟁 1.0〉을 개발했다.      


게임 구매 비용은 5,000점부터 무료까지 다양하다. 또한 ‘별점’으로 게임에 대한 대중적 호응도를 표시했다. 〈나의 길동무 4.3〉이 목록화한 게임은 총 250편이다. 〈별찌까기〉나 〈주패놀이〉처럼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게임은 신규 버전과 이전 버전 게임 가격에 차등을 두었으며, 무료 게임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게임개발 역사가 짧다. 북한은 서구에서 구축된 게임이 장르 범주를 수용하기보다 게임에 적용된 핵심적인 기술, 플랫폼, 플레이 유형을 혼합해 북한 스타일로 장르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오락프로그람’, ‘유희오락프로그람’ 명칭이 붙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지칭한다. 3D 기술을 적용한 경우엔 ‘3차원오락’, ‘3차원기능유희오락’으로 장르명을 붙였다. 첨단기술을 종합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액션 게임 〈천하무적 소년장수 1.4〉는 실물 게임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UX를 제공한다.   

  

북한에서는 2018년부터 컴퓨터 교육이 100% 이루어진다. 북한의 학교 교육 시설과 환경 실태는 공교육 현장에서 컴퓨터 시설은 미비한 편이지만, 학생이 노트북을 지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편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은 보통 중국에서 들여온 레노버, IBM, 인텔의 1, 2세대 등 문서 작업과 약간의 게임을 할 수 있는 중고 노트북을 구매해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가 노트북보다 대중화되는 추세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고려링크와 강성네트 등 가입자는 4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의 인트라넷 접근성은 아직 제한적이다. 가구당 인트라넷 접근성 비율은 1.4%이며 평양도 5.2%에 불과하다. 


이 책을 읽고 북한의 IT 개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대한민국보다 더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는 사실에 우리도 분발해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IT 업종에 집중적인 교육으로 북한 정권의 악행에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뉴스를 통해 북한의 해커들이 가상화폐를 탈취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딥페이크로 대한민국 선거에 개입하거나 우방국에 가짜 뉴스를 퍼뜨려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북한의 IT 실상을 알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우리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하겠다.     


이 책을 발행한 통일연구원의 설립목적은

통일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제반 사항을 체계적으로 연구·분석하여 국가의 통일 및 대북정책 수립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설립 배경

1980년대 이후 구소련의 해체와 동구권 붕괴 등 국제정세의 급변에 따라 우리의 통일환경도 변화하여, 정부는 사회주의권과의 교류 확대와 남북한 통일외교를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또한 국민들의 바람직한 민족통일관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의 필요성이 증대되었으며, 통일논의의 확산과 체계적, 전문적 종합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증대하였다. 이와 같은 필요에 부응하여 민족통일연구원법(법률제 4241호)에 의거 1991년 4월 9일 민족통일연구원이 개원하였다.          


책 소개

『북한 게임의 문화융합』 이지순, 최선경 지음. 2022.12.30. 통일연구원. 224쪽. 10,000원.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최선경.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전 01화 『사회독서, 세상을 읽는 힘』 임성미 지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