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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01. 2024

『질문에 관한 질문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지식의 창조자가 되는 법〉백희정 지음.

이 책의 부제목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지식의 창조자가 되는 법〉이다.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읽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인공지능과 살아갈 이 시대에 질문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조명하고 탐구하기 위해서’, 인공지능 시대에 ‘질문하는 인간’으로서 지식 탐구와 창조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다양한 예시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자신만의 효과적인 질문 습관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이 책을 쓴 이유 밝히고 있다.     


질문은 본능적 행위이다. 인간은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질문 대상이 자연현상이면 ‘과학’이,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면 ‘철학’이 세워진다. ‘사과는 왜 나무에서 떨어지는가?’라는 물음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이 만들어졌다. 같은 사과를 보고 칸트는 “사과가 빨갛게 ‘보인다’고 해서 정말 빨갛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인간의 이성이 어떻게 세상의 작동 구조를 인식하는지를 설명하는 토대가 되었다. 질문하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일이다. 매체가 바뀌어도 그 본질은 변함이 없다. 질문은 안주하지 않고 ‘앎’을 한 발 나아가게 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요즘 Chat GPT, 구글 Bard, 뤼튼이라는 단어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일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세상은 인공지능 없이는 안 되는 것처럼 되었다. 뉴스에 생소한 단어들도 들린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리터러시’라는 말이 스스럼 없이 사용된다.      


리터러시 literacy.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세종대왕이 생각나는 단어다. 백성들이 읽고 쓰는 능력이 소수의 양반에게 독점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한 조선의 임금이다. 지금 세상도 세종 시대 백성들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디지털 문명이 개발됐지만, 일부 전문가들만 독점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마트폰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물며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극소수의 특혜일 뿐이다.     


‘리터러시’의 뜻이 ‘특정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다양한 기호 자원을 활용하여 소통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점차 확대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러 유형의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디지털 자료를 잘 부려 쓰는 능력’이라는 의미다. 디지털 정보 사회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정보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리터러시는 ‘질문’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기호로 소통하고 자원을 운용하는 과정이 ‘질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 질문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매개하는 언어적 수단이다.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의 공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프롬프트 prompt’를 전문적으로 생성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하는가에 따라 인공지능은 확연히 다른 정보를 내놓기 때문이다.

프롬프트 prompt.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에 정보를 요청할 때 입력하는 질문 또는 요청 형태의 명령어    


‘질문하기’는 인간이 정보의 공백을 메우려는 무의식적이면서도 의식적인 사고 행위이다. 우리는 호감으로 직관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게 뭐야?”라는 질문이다. 예상치 못한 발견이 놀라움으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다른 한편으로 특정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상대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질문이 형성되는 과정은 

첫째, 나에게 유용하고 흥미로운 주제여야 질문한다.

둘째, 새로운 자극이 질문해야 할 필요를 만든다.

셋째, 주의를 이곳저곳으로 옮겨야 질문할 거리가 생긴다.

넷째, 애매하게 아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질문은 정보의 빈자리를 인식함으로써 촉발된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상대에게 질문하는 이유도 결국 무지를 알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 배워야 할 내용도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가운데 질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현대는 스마트폰에 개인 비서가 하나씩 있다. 빅스비, 시리, 지니 등. 오늘 날씨나 일정이 궁금할 때 인공지능 비서 이름을 부르고 물어보면 간단하다. 좀 더 복잡한 질문은 챗GPT, 뤼튼, 바드 등 서비스에서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답을 준다.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 중에서도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모델로,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챗봇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구글의 ‘바드’,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 아마존의 ‘알랙사’, 메타의 ‘라마’, 바이두의 ‘어니봇’도 언어 생성 모델이면서,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뤼튼은 국내 기업인 뤼튼테크놀리지스에서 오픈AI와 구글을 기반으로 개발한 한국형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한국어 처리가 깔끔하고 사용자가 자주 사용할 만한 툴(tool)을 마련해 두고 있어 활용성이 높다.     


병원에 가면 우리는 의사에게 나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질문하려는 핵심을 명료하게 전달해야 한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은 진료실에서 자신의 증상을 들어주는 의사와 같다. 인공지능에 질문할 때도 질문하려는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프롬프트를 작성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는, 

‘질문의 목적과 유형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가능한 답변을 예측한다. 추가 질문으로 대화의 흐름을 유지한다. 질문의 순서를 고려한다. 답변 재생성을 요청한다. 대화의 종료를 명확하게 안내한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경희대 이경전 교수는 인공지능을 세런디피티(serendipity : 운 좋은 발견)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몰랐던 존재나 관계를 새로 알게 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텍스트는 선형적인 구조로 이루어졌다. 선형적인 텍스트를 읽을 때 독자는 정보를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접근한다. 비선형적인 구조를 띤 하이퍼텍스트는 쪼개진 텍스트들이 정형화된 순서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된다. 하이퍼텍스트는 ‘하이퍼(hyper)’라는 말 그대로 ‘텍스트 너머에 있는 텍스트’ 도는 ‘선형적 텍스트를 초월한 텍스트’를 뜻한다.      


인공지능 기반 환경에서 독자는 개별 텍스트를 처리할 필요가 줄었다. 개별 텍스트의 탐색과 이해, 요약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독자의 질문은 텍스트 이해를 도모하면서도 그 이후의 활용을 위한 사고 수준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읽기 교육 연구자들은 점차 ‘탐색’과 ‘탐구’적 성격의 질문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부터 텍스트를 받으려면 독자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읽기 목적과 과제를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내용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질문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읽기는 시작부터 문제 해결의 성격을 띤다.     


우리는 상대방과 관계를 맺으며 소통한다. 소통이란 상대방의 응답에 다시 호응하는 지극히 유연하고 반응적인 행동이다. 참여자 사이의 관계는 같은 곳을 보며 시작된다. 이를 공동주시라고 한다. 부모와 아이, 친구와 연인 간에도 같이 먹고, 보고, 들으면서 관계를 형성해 간다. 우리는 주의를 타인과 공유하면서 상호 작용한다.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는 질문하고 답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대화 이력을 보아야 한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질문을 구성했다고 해서 항상 적절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은 주고받은 언어를 중심으로 또 다른 언어를 내놓는 원리로 작동된다. 인간의 의도와 맥락을 모두 파악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인간 독자는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산출한 대화 내역과 자신이 처음 설정한 읽기 과제를 비교하면서 해소되지 않은 내용이 무엇인지 인식한다.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질문 내용을 세련화하고 초점화해야 한다. 추가 질문을 통해 대화가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윤활유를 붓는 것이 인공지능과의 소통 과정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인공지능은 필요한 정보만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일을 다 해준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뤼튼과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툴tool을 다수 제공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독서 감상문, 리포트, 소셜 미디어 광고 문구, 쇼핑몰 제품 소개, 질문 답변, 면접 예상 질문 채용 공고, 보도 자료, 이메일 제목, 유튜브 영상 시나리오, 책 초안 등 툴tool의 개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먼저 현명하게 질문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책 소개.

『질문에 관한 질문들』 백희정 지음. 2023.12.20. 노르웨이숲. 225쪽. 16,800원.

     

백희정. 초등학교 교사. 국어교육학 박사. 공주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읽기(독서) 교육을 전공했다. 저서. 『다중 텍스트 몰입 읽기 교육의 뇌 과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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