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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05. 2024

김경래 소설 『삼성동 하우스』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이 소설의 부제목은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태훈이 중고 매매 사이트에서 노트북을 사면서 시작된다. 태훈이 산 중고 노트북에 동영상이 있었다. JS그룹 회장이 성매매하는 영상이다. 태훈은 이 영상을 HMC 이동해 기자에게 제보한다. 이동해 기자는 상사에게 입수한 내용을 보고하고 보도 하려 하지만, 기사로 채택되지 않는다. 사내 인사 발령으로 한직으로 배치된다.      


이동해는 새로 생긴 인베스티뉴스 라는 언론사 고정해 기자와 협업으로 영상에 관해 취재한다. 태훈도 함께 한다. 오랜 시간 취재를 하고 마침내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몰래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고, 그것으로 JS 그룹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낸 일당이 잡히고 재판을 받는다.     


작가는 이 소설은 “특정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상’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상징’을 해체하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어떤 ‘공포’에 맞서는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탐사보도 기자 출신이다. 작가의 이야기에서 소설에 나오는 회사가 ‘삼성’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말에서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을 취재한 내용임을 밝히고 있다.     


책 중에서     

진짜 부자들이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딴 사람도 아닌 동해가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후배와 함께 일할 때는 언제나 명료해야 한다. 현장은 언제나 애매하고 모호하다. A는 맞고 B는 틀리지 않을 때, 이게 이거고 그게 그걸 때, 자신이 없어도 명료하게 결정해 줘야 한다. 안갯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콜이라도 힘차게 해줘야 후배가 안심한다.     


여러 번 본다고 안 보이던 게 보이진 않는다. 이번에는 사람에 집중하고, 다음에는 건물에 집중하고, 그다음에는 동선에 집중하고…, 매번 포인트를 다르게 잡아서 그 포인트의 변화를 기록하면서 봐야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몸으로 터득한 문제 해결의 공식은 액션이 있어야 리액션이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 복잡한 일은 단순하게, 어려운 일은 쉽게, 은밀한 일은 노골적으로,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넘치니까. 하지만 그놈들처럼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     


좋은 노래가 있으면 수백 번, 수천 번, 아니 평생 반복해서 들어도 된다. 하지만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행복한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은 그대로 반복할 수 없다. 반복하려다 좋은 기억마저 망치기가 십상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이런 세상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

『삼성동 하우스』 김경래 지음. 2022.12.20. 도서출판 농담과진담. 270 쪽, 15,000원. 

    

김경래. KBS 기자(김경래의 최강시사 진행), 뉴스타파 기자 엮임. 지은 책, 『죄수와 검사』 심인보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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