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 여행」
이 책의 부제목은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 여행」이다. ‘소리로 풀어낸 서사, 한과 해학의 선율, 조선 오페라로 떠나는 힐링 에세이 여행서’라는 카피가 달렸다.
이서희 작가는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방구석 오페라》, 《방구석 뮤지컬》 등 베스트 셀러를 펴냈다.
책 머리에서 ‘이 책은 소리로 떠나는 서사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여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양의 무대에서 울리던 오페라의 아리아와 뮤지컬을 넘어, 조선의 마당 깊숙이 울려 퍼졌던 우리 소리, 판소리를 소개한다.
어느 날, 지치고 슬픈 마음으로 〈심청가〉 한 대목을 들었는데,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희생적 사랑을 소리꾼이 애절한 창법으로 풀어내는 장면에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위로의 눈물이었고, 기쁠 때 들었던 해학적인 장단이 더 큰소리로 웃을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이 판소리를 새롭게 만나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소망을 적고 있다.
이 책은 다섯 파트로 되어있다. 1, 조선의 오페라- 판소리 다섯 마당. 2, 잃어버린 조선이 아리아들- 타령 네 마당. 3, 삼국시대 뮤지컬. 4, 고전의 발라드- 고전시가. 5, 달빛 아래 붉은 실- 고전소설. 판소리 용어 해설을 따로 실었다. 그리고 작품 소개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바코드를 통해 판소리 공연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판소리는 17세기부터 등장한 한국의 전통 음악이자 고전 문학이고 연극이다. ‘소리꾼’ 한 명이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하층민을 대상으로 시작된 예술 문화이지만, 18세기에 들어 양반 계층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판소리의 ‘장단’은 북으로 음악의 리듬과 흐름을 조절하는 규칙적인 박자를 말한다.
진앙조: 느리고 서정적인 장단.
중모리: 중간 정도의 속도를 가진 장단.
중중모리: 조금 더 빠르고 경쾌한 장단.
자진모리: 빠르고 긴박한 장단.
휘모리: 매우 빠른 속도의 장단. ‘청’은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음조로, 평창- 보통 음높이, 중청- 높은음, 하청- 낮은음을 말한다.
[조선의 오페라- 판소리 다섯 마당]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다. 여기서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흥보가이다. 놀부의 심술을 상세히 표현한 대목에 감탄하게 된다.
놀부의 심술은 “대장군방 벌목하고, 삼살방에 이사권코, 오구방에 집을 짓고 불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 박고, 길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 붙들었다 해가 지면 내어 쫒고, 초란이 보면 딴 낮 짓고, 거사 보면은 소구 도적, 의원 보면 침 도적질, 양반 보면 관을 찢고, 다 큰 큰애기 겁탈, 수절과부는 모함 잡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 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 넣고, 새망건 편자 끊고, 새갓 보면은 땀 때 띠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 동이는 되집어 놓고, 봉사는 똥칠허고, 애밴 부인은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놓고, 옹기전에다 말달리기, 비단 전에다 물총 놓고…”. 온갖 못된 짓은 거의 표현한 것 같다. 요즘 같으면 한가지 만 해도 당장 구속감인 심술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약한 사람의 편에 서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특히 권력자와 지배받는 사람의 관계에서 약한 쪽의 편을 들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바라는 데로 그런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심청이에게 동정심이 가는 이유가 효성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택하게 되는 희생이다. 공양미 삼 백석이라는 거금을 마련하는 길은 목숨을 바치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비극이 해피앤딩이 된다. 변사또와 춘향이 이야기도 절대 권력에 항거하는 방법은 죽음이다. 그러나 결말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나타나면서 아름답게 끝난다. 이 책을 보면서 조선의 판소리가 서양의 오페라와 다른 점은 해학과 비극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끼타령〉은 꿩을 의인화해서 풍자하는 내용이다. 과거나 현재나 아내 말을 잘 들으면 가정이 평화롭고, 세상이 편안하다. “그 콩 먹지 마오. 눈 위에 사람 자취가 수상하오. 자세히 살펴보니 입으로 훌훌 불고 비로 싹싹 쓴 흔적이 심히 괴이하니, 제발 덕분 그 콩일랑 먹지 마오.” 아내가 남편에게 만류해도, 장끼(수꿩)는 까투리(암꿩)의 말을 듣지 않고 사냥꾼의 미끼로 뿌린 콩을 집어먹고 죽는다. 까투리는 문상 온 홀아비 장끼와 새살림을 차린다.
〈옥단춘전〉은 선한 자가 보상을 받고, 악한 자가 벌을 받는다는 옛 선조들의 이념을 잘 보여주는 고전소설이다. 이혈룡과 김진희의 가문 대대로 이웃하여 형제같이 지낸다. 이혈룡의 집이 궁핍해지고, 김진희는 출세해서 평안 감사로 간다. 이혈룡은 김진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김진희는 오히려 이혈룡은 무시하고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대대로 내려오던 우정은 파탄나고, 이혈룡은 기생 옥단춘의 도움으로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김진희를 단죄한다는 내용이다.
기생 옥단춘이 보여주는 신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굳건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은 개인주의 정신이 강해진 현대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옳은 것 보다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시류가 대세인 세상이다. 작금의 현실은 종종 죄 있음이나 없음을 재판하는 판사가 권력에 굴복해서 엉터리 판결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시대 소설에 나오는 기생 옥단춘이 오늘에 대한민국 판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해도 괜찮다. 다만 내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세상은 옳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일은 그것이 망가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우주의 섭리이다. 그 거센 폭풍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죽을 위기에도 자신의 선택을 굽히지 않는다면.
〈옹고집타령〉 우리에게 옹고집은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데, 타령 내용이 구체적이고 어려운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좌수님의 상을 살피건대, 눈썹이 길고 미간이 넓으니 성세는 드날리되, 누당이 곤하시니 자손이 부족하고, 면상이 좁으시니 남의 말을 아니 듣고, 수족이 작으시니 횡사도 할 듯하고, 말년에 상한병을 얻어 고생하다 죽사오리다.” 옹고집의 관상을 보는 스님의 설이다. 눈썹부터 손발까지 상세히 살펴 이유를 붙여 관상을 본다. 나쁜것은 나쁘다, 좋은 것은 좋다. 그러나 나쁜 것이 많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 판소리와 옛 소설에 빠져들었다. 여러 번 읽어서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로 들려주면 좋겠다. 티비와 스마트폰, 웹툰만 아는 아이들에게 우리 고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문화의 전승이리라. 일독을 권장한다.
책 소개
『방구석 판소리』 이서희 지음. 2025.6.9. 리텍콘텐츠. 310쪽. 18,800원.
이서희. 대학,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했다. 대기업근무, 예술큐레이터, 문화콘텐츠 전문 작가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활동. 저서,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등이 있다.
이 책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리텍 콘텐츠 제공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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