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청소년 소설

by 안서조

가끔 정신세계 정화가 필요하면 청소년 소설을 읽어야 한다. 청소년 이야기를 읽으면 늙어가는 뇌가 리셋되는 느낌이 든다.


소설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담임 선생이 학생들이 자기 소개할 때 정한 약속이다. 자기 소개할 때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그중 하나는 거짓이어야 한다. 나머지 4가지는 자연히 ‘참’이 된다는 법칙이다.


이야기는 고3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안지우가 파출소에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같은 반 소리와 축구선수였던 오채운이 중심인물이다. 지우는 온라인 카페 ‘그림드림’에 팹 도마뱀 ‘용식’이 이야기를 웹툰으로 올린다.

소리는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사람이나 동물을 볼 때 흐릿하게 보이면 그 대상은 얼마 없어서 죽는다. 채운은 아빠를 칼로 찔렀다. 엄마가 채운의 행위를 자신이 한 일이라며 대신 처벌받아 감옥에 가 있다. 아빠는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서 지내다가 요양원으로 옮겼지만 죽는다. 소리는 아빠와 단둘이 산다. 소리의 엄마는 소리가 중학생 때 뇌종양으로 죽었다. 지우의 아빠는 미술학원 강사다. 엄마와 헤어져 다른 곳에 산다. 엄마는 친구들과 여행 갔다가 바다에 실족해서 죽었다. 이 소설은 온전한 가정이 아닌 결손가정의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내용이다.


지우에게 책을 읽어주던 어른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다정했다. 그건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이들의 평온함.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얼마나 난폭하든 또는 얼마나 위험하든 주인공도 또 자신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아는 이들의 온화함이었다. 죽음을 자꾸 경험하고, 죽음을 반복할 때마다 번번이 살아 돌아온 이의 자신감 혹은 너그러움.


왜 ‘결손가정’이 될까?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뤘는데, 부부가 이혼하는 사유만큼은 자식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우리 집은 불행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자식이 성장해서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에 나오는 청소년 모두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사랑의 결핍은 다른 대상을 찾는다. 지우는 도마뱀을 애완동물로 키운다. 채운이는 반려견(골든리트리버)을 유일한 가족으로 생각한다. 도마뱀, 반려견이 죽는다. 인간보다 수명이 짧고, 생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애완동물의 입장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지우는 방학 동안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을 한다. 키우는 도마뱀을 맡길 사람이 없다. 소리에게 맡기고 간다. 소리는 정성을 다해 도마뱀을 보살펴 주지만, 도마뱀은 죽고 지우는 그 사실을 알고 정신없이 소리에게 가다가 오토바이와 부딪히고 파출소에 가게 된다. 이 장면이 소설의 도입부다.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 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하게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신 정화를 위해 읽었는데, 찝찝하다.


책 소개.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2024.08.12. (주)문학동네. 239쪽. 16,000원.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 수상.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은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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