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소설 플랫폼 입성기(1)

부끄러움을 만 스푼 곁들인

by Outis

"블로그? (당신이) 뭘 쓰려고?"


남편의 물음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었습니다.


리포트 작성을 제외하곤 글 쓰는 일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저. 그나마 졸업논문도 말아먹은 저.


그런 제가 갑자기 "블로그를 함 해볼까?"라고 하니,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한 말이었죠.

의도도 이해했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저는 모른 척 대답했습니다.


"글쎄? '나처럼 살지 말라'는 거?"



그로부터 3년 반이 흐른 지금, 저의 부끄러운 실패담을, 너무 보잘것없어서 꺼내 보이기도 민망한 제 오답노트를 하나하나 풀어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저의 웹소설 플랫폼 입성기"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이 이야기의 키워드는 '시작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 그리고 '숫자 뒤의 사람'입니다.


한 번에 다 풀면 너무 길고 지루하니까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남편의 예상대로 제 블로그는 개인 일기장 및 잡담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솔직히 저따위가 무슨 대단한 글을 쓸 거라고,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가족들 눈치가 좀 보이긴 했죠. 집안일로 정신없어야 할 주부가 자꾸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그러던 어느 날, 저의 돌아이 기질이 발동하기 시작하더니 머릿속에 막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뭔 SF에, 차원에, 화성 이주가 어떻고, 아주 난리 브루스였어요.


'그저 가끔 떠오르는 망상'이다 여기며 첫 몇 주 동안은 그냥 방치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라지기는커녕 더 구체화되는 것 아니겠어요? 등장인물들이 제멋대로 툭툭 튀어나오더니 급기야 지들끼리 알아서 떠들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요. 청소를 할 때도 툭, 설거지를 할 때도 툭, 요리를 할 때도 툭 툭...


(비록 단편적이지만) 상상 속에서 공짜로 영화가 상영되고, 스토리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으니 '재밌지 않냐'라고 하실 분도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저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몸속에서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랄까요. 괴로웠어요. 빨리 빼내고 잊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작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처럼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나,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등의 아름답고 거창한 이유가 아닌, '속 시끄러워서'가 제 첫 글 쓰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좀 더 바람직한 동기가 붙었습니다만...


처음에는 개인 블로그에만 조용히 올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보더니 "나중에 웹소설 플랫폼에도 올려 보면 어때?"라고 하더군요. 친한 친구가 쓴 글이니 그냥 좋게 보였던 거겠죠.

하지만 문창과 출신 친구가 건넨, 지극히 친절한 이 한 마디는 제게 큰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정말? 이게 그래도 될 수준이야?'


쭈글쭈글 바람 빠진 제 자의식에 갑자기 훅! 하고 뜨거운 바람이 들어왔어요. 급기야 과잉된 자의식은 열기구처럼 하늘에 붕 떠버렸죠.

저는 겁도 없이 처음부터 높은 장벽에 도전했습니다. 무려 이곳,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낸 것입니다.


결과는 당연 낙방이었고요.


휘융~ 털썩! 제 자신감은 다시 바닥을 쳤습니다.


거기서 포기했으면 좋았으련만, 저는 다음 행선지로 '누구나 일단은 글을 올려볼 수 있는 곳'을 주목했습니다. 바로 '네이버'였죠.

푸릇푸릇 초록 잔디밭(네이버 로고 색)에 자리를 깔고, 조금씩 뿌리를 내려 보았습니다.


멍청하게도 그곳 생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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