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당신이) 뭘 쓰려고?
- 글쎄?
.
.
- '나처럼 살지 말라'는 거?
복수를 다짐한 저는 억누르고 있던 기억들을 직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릴 적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블로그에 이야기처럼 적으면서 정리해 보았어요. 블로그에 웬만큼 쓰고 나서는 네이버 웹소설의 챌린지리그에 자유장르로 올렸죠.
웹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밤에 몰래, 불 꺼진 방에서 잠든 막내 옆에 앉아 전화기로 글을 썼더랬습니다. 이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득득. 드득... 드드드드드드득. 손가락 끝이 액정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은 갈수록 대범해졌고, 새하얀 화면이 썩은 물처럼 까만 글자로 채워졌습니다.
열병에 걸린 것처럼 뜨거운 숨에 가볍고 쉬운 감정들이 먼저 증발하고, 저는 드디어 맨 밑바닥에 남은 찌꺼기, 제가 가장 외면하고 있었던 감정과 마주했습니다.
'외로움'.
너무 단단히 달라붙은 찌꺼기가 아파서, 저는 조금씩 떼어내며 소리 죽여 울었습니다. 바로 옆에 애가 자고 있었으니까요.
어린 저는 감히 외로워서는 안 되었습니다. 저 때문에 감옥 같은 집에 갇히신 어머니를 위해서. 아버지의 체면을 위해서.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바람직한 아이. 원래 타고난 성격이 조금 어두울 뿐, 아무 문제도 겪고 있지 않은 아이. 말 잘 듣고 알아서 하는, 키우기 쉬운 아이.
서랍 속에 숨긴 칼과, 지하철 승강장에서 망설이는 발은 아무도 알 필요 없는 것들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제 연기에 만족할 뿐.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블로그에서, 웹소설 시장의 음지에서, 벽에 대고 혼자 떠들던 저는 그 벽에 저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겼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또한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힙니다.
어차피 정리용 글. 이 단계에서 조금 관심을 받았더라면 일이 더 쉬웠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죠.
저는 제 경험담을 토대로 제대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읽힐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린 시절을 아이들에게서 빼앗지 말아 달라'고.
울음을 참고 있는 아이에게, '울어도 괜찮다'고.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웃는 당신에게...
'나처럼 살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웹소설 '내가 없는 세상의 사계'가 태어났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