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연장, 특이한 체제

ep12

by 유 시안

아시아에서 공연장이 발달한 곳이라면 일본이 빠질 수 없다.

음향기기, 악기의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일본인들의 공연을 좋아하는 문화는 일본을 공연 강국으로 만들었다.

특히 밴드 문화의 발달로 인해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았고, 음악에 관련된 전반적인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중 일본의 공연장은 필자가 처음 일본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계기 중 하나였다.

돔 규모의 대형 공연장 이외에 가장 매력적인 곳은 ‘라이브 하우스’였다.

라이브 하우스: 전문 음향, 조명시설, 규모의 공간을 갖춘 곳 / 공연장: 연주나 가창 등 퍼포먼스가 가능한 곳

으로 용어를 구분 짓겠다.


한국의 경우 홍대를 제외하면 (그나마 최근에는 더 없지만) 라이브 하우스가 정말 적고 음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정말 적다.

그리고 방송을 하지 않는 이상, 공연으로 팬을 늘리고 뜨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과거 밴드 문화가 일반적인 일본에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X를 비롯해 수많은 밴드, 솔로 가수들이 라이브 하우스 활동을 통해 인기를 얻어갔다.

현재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유효한 분위기이다.

영국, 미국 등 음악 선진국들은 거의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되는데, 일본의 공연장은 각 공연장마다 특징이 있고 장르나 분위기가 다른 편이다.


우선 음향시설과 함께, 미묘한 장비로도 뛰어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많았다.

이 부분은 미국에서 가장 감동했던 부분인데, 필자의 기억상 뉴욕주의 변두리의 작은 공연장에서 너무나 뛰어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어 놀란 적이 있었다.

엔지니어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낡은 장비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많았고 좋은 소리=최신 장비 만은 아니라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전문학교에서 음향을 전공한 이들을 고용하고 주목구구식이 아닌 전문지식을 사전에 지니고 실전을 익혀가는 방식이 많다.

물론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실용음악과와 함께 많은 교육기관이 늘어 전문성이 늘고 있지만 일본은 반세기 가까이 전문교육을 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음악인으로 뜨는 과정은 2010년대까지는 이랬다.


거리공연으로 불특정 다수에서 연주를 들려주고 팬을 늘려간다.

어느 정도 팬이 늘면 라이브 하우스 혹은 이벤트 기획자(オーガナイザー)에게 오디션을 보고 공연장에서 유료 공연을 시작한다.

소규모로 전국 투어로 전국적으로 팬을 모은다.

더 큰 공연장으로 입장객 수를 늘린다. 보통 1000명 이상.

3000명 이상규모의 구장(돔) 규모의 공연을 한다.


음악인들은 상당 수가 1~3 과정까지는 기획사가 없이 직접 기획하고 금전적인 부분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음악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본인들이 인간관계와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과의 차이는

1. 연주뿐 아니라 기획, 운영까지 직접 하는 음악인들이 많다.

공연 후에도 팬들과 거리 없이 교류하고 공연장에서도 자체 상품을 멤버가 직접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도 한국에서 해 본 적이 없어서 놀랐던 부분인데 팬들과의 거리감이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2. 금전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CD를 사주지 않으면 활동정지라고 협박(?)하는 이도 있고 각각 판매에 열을 올린다.

점잖게 팬들의 열기를 기다리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다.

필자도 최근에는 팬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


3. 공연기획자의 역할이 크다.

여러 가지 콘셉트의 기획공연이 많은데, 기획사에서 직접 기획하는 경우나 공연장에서 기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공연기획자들이 존재해 매번 여러 콘셉트의 음악인들을 모아 공연을 진행한다.

개인도 있고 회사도 있지만 소규모의 회사가 대형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전속관계에 얽히지 않고도 기획자들과 음악인들의 관계성이 존재한다.


4. 다양한 형태의 공연장이 존재한다.

전문 음향시설이나 밴드들이 연주할 수 있는 곳 이외에도 카페의 한쪽에 만들어 놓은 공간이나 마이크가 아예 없이 기타를 연주하며 가창하는 형태(弾き語り)만 가능한 카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연주하는 곳등 장르나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그 형태에서 나오는 음악을 즐기는 팬들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공연장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하나의 이유로 한국이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


바로 일본의 특이한 제도.

의무 표 할당량


일본에서는 이걸 노르마(ノルマ)라고 부르는데 거의 모든 기획공연에서는 이 할당량을 음악인이 해결해야 한다.

보통 2500엔 정도의 표를 15~30장 정도를 할당받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약 40만~70만 원 정도의 돈을 내고 공연을 한다는 의미이다.

여러 가수, 그룹들이 참여하는 기획공연일 때 이 정도이고 단독 공연은 대관을 해야 한다.

물론 대관료는 훨씬 비싸고 지명도가 없는 경우는 공연장측에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친구, 가족 등 표를 팔 수 있는 이들에게 반강제(?)로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음악인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적당히 공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연 횟수가 적다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공연 횟수가 많고 직업으로 한다면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이 이유로 인해 음악인들은 ‘체면’만 차리며 공연을 할 수가 없다. 수익이 중요하다.

기술한 내용은 2018년 정도까지 코로나 전의 상황이고 2020년부터는 일본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내용이 길어지므로 다른 에피소드에서 더 자세하게 적겠다.


결론은 어디든 마찬가지만, 음악으로 먹고사는 것은 정말 힘들다.

일본의 좋은 점을 많이 보고 일본 활동을 결심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만만하지가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