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기 어려운 일본 남자들

ep13

by 유 시안

일본 생활을 하며 사적으로 누군가와 친해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거의 다 일로 연관된 사람들이나 일에서 만난 이들의 소개가 대부분인데 활동 초기에는 언어문제도 있어서 더욱 인간관계가 좁았다.


필자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처음에는 거리를 두지 않는 편인데, 활동 초기에 회사 관계나 공연을 같이하거나 같은 방송에 출연해서 친해진 경우가 있었다.

유학 시절에 알았던 친구를 일본에서 거주 1년 차에 만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선물도 준비하고 만날 약속을 했다. 그 친구가 추천한 가게에 가서 밥을 먹고 일단 필자가 밥값을 지불했다.

2차에서 가볍게 한 잔 하고 헤어지려는데.

각자 계산?

상당히 어이가 없었고 3000엔 정도의 큰 금액도 아니었는데 거기서 필자는 그 친구에게 정이 떨어지고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학생 시절에도 친했다고 생각했고 물론 일본의 일반적인 각자 계산하는 문화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니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결론.


또한 공연에서 알게 되어 자주 연락이 오는 녀석이 있어서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역시 이 녀석도

각자 계산

뭘 도와줘도 답례로 없이 각자 계산.

말로는 같이 술을 마시자, 밥을 먹자, 상담할 것이 있다고 연락이 오지만 글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지만 그냥 문화의 차이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남자에게 정이 떨어진 사건이 있었다.

방송에서 알게 되어, 계속 연락하다가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 녀석이 있었다.

경력적인 부분으로 이 녀석은 필자를 선배로 생각했고 필자도 귀여운 후배로 생각했다.

국적을 떠나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거의 무일푼으로 상경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필자가 도울 수 있는 것을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고 시간이 있으면 불러내서 밥을 사주고 단벌신사인 그 녀석에게 옷이나 액세서리도 자주 주었다.

관계자도 소개를 시켜주었고 필자의 집에도 자주 들를 정도로 지냈고 ‘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거의 매일 연락을 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연락도 없고 답도 없었다.

당시 좋지 않은 상황이 있음을 알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고, 공통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다 보니 그중 한 명이 그 녀석에게서 이틀 전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내용은 고향에 돌아간다는 것.

좀 황당했다.

3개월도 되지 않아 돌아간 것도 그렇지만 친하지도 않았던 A에게는 왜 연락을 한 건지?

뭐야. 단지 A가 예쁘게 생겨서 사심으로 연락한 건가.


몇 개월 후 페이스북을 통해 그 녀석이 고향에서 태연하게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안 좋은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나에게 항상 얘기했던 ‘가수의 꿈’과 절대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도쿄까지 왔던 그 결의는 무엇이었나 생각했다.

물론 본인만이 힘들었던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그 녀석에서 자신의 상황을 투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 녀석이 도쿄에서 성공해가는 과정을 보며 필자 자신의 활동을 공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로 만나는 것 이외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게 되었고 일에서 알게 된 사람은 사적으로 보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


이후에도 어이없는 일이 몇 번 있었지만 다른 에피소드에 소개할 예정이다.

친구가 되는 것에 국적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남자들은 사적으로 친해지기 정말 힘들다.


한국의 친구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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