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세상

by 물구나무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빛과 어둠의 사이에서

마치 고장 난 세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듯

모든 색은 무채색으로 소환됩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눈의 시도는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갈아엎는 쟁기가 아닙니다.

눈은.

혁명가라기보다

순교자에 가깝습니다.

감춰주고, 덮어주고, 묻어주고

눈 덮인 세상이

잠시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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