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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발자국이 남기는 녹색 유산

탄소를 줄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

by 한자루




"자동차 대신 걸으라고요? 제 발이 타이어보다 더 수고해야 한다니, 좀 억울한데요?"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자동차는 현대인의 발입니다.

아니, 발 그 이상이죠.

우리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세상을 빠르게 누빕니다.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달려가고,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차 안에서 도로 위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바퀴로만 세상을 본다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동차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빼앗아 갑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우리는 풍경을 스쳐 보낼 뿐, 진짜로 느끼지 못합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돌멩이에 스치는 신발의 마찰음, 도심의 골목에서 나는 삶의 냄새들.

자동차는 효율성을 주지만, 세상의 디테일을 잃게 만듭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느끼고, 공간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자동차로 지나칠 때는 그저 "길"이었던 곳이, 걸을 때는 "거리"가 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발견과 만남이 생깁니다.

한 번 걸어보세요. 바퀴의 세계가 아니라, 발이 닿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느껴질 겁니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편리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지구를 태우는 장치입니다.

내연기관이 휘발유와 디젤을 태우는 동안, 공기 중에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대기권에 머물며 태양열을 가두고, 바다를 덥히며, 태풍과 가뭄을 몰고 옵니다.

우리가 모른 척하고 있을 때도, 자동차는 끊임없이 지구에 상처를 남깁니다.

1km당 120g의 이산화탄소라는 숫자가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매일 20km를 달리는 당신의 차는 1년 동안 864kg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 숫자를 전 세계 수억 대의 자동차로 곱하면, 결과는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걸어봐야 얼마나 바뀌겠어.”
사람들은 걷기를 작은 일이라 치부합니다. 하지만 걸음은 단순한 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선택입니다. 지구를 살리겠다는 선언이죠.

1km를 걸으면 120g의 탄소를 줄입니다.

그 거리를 매일 걷는다면, 1년 동안 약 44kg의 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이 작은 걸음들이 모여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도시 설계는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고, 기업은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걷는 법을 가르치는 중입니다.

걷는 사람은 도시를 더 오래 사랑하고, 거리를 더 소중히 여기며, 공간을 느리게 즐길 줄 알게 됩니다.


자동차가 만들어낸 가장 큰 착각은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빠를수록 더 많은 것을 잃습니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도중에 있었던 모든 풍경과 경험을 잃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동안의 길은 단지 이동 경로일 뿐, 감각적으로는 비어 있는 공간에 불과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세상을 자신의 속도로 만나는 일입니다.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 이웃 가게의 창문 너머 따뜻한 빵 냄새, 골목길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웃음소리. 걷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온전히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걷기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발과 바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중간 거리는 자전거를 타며, 멀리 가야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기술도 중요한 대안이지만,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도 반드시 비용이 따릅니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더 빠르게 갈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이 느낄 것인가?”


걷기는 단지 자동차를 대신할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은 결국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집니다. 반면, 발이 디딘 세상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여러분의 발이 기억하는 돌길,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 햇살에 반짝이던 골목길은 당신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겁니다.

걷는다는 건 느림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느림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지키고, 우리의 삶도 지키게 됩니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발이 기억하는 세상을 위해, 오늘부터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대신 걸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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