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산책할 사람, 손!
나는 거의 매일 잔디와 산책을 한다.
사람들은 "혼자 산책하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잔디가(우리집 반려견)와 함께합니다."라고 답한다.
잔디는 늘 나와 함께 걷지만, 사실 우리는 거의 말이 없다.
잔디와의 산책은 사실 대화가 필요 없다. 서로 마음만 통하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잔디는 나의 길동무이자,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다.
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인간적인 대화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오늘도 잔디와 함께 걷다가 문득 속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나랑 같이 산책할 사람, 손!"
소리 내서 말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는 혼자 피식 웃고 만다. 누군가와 산책을 하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 세상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혼자서 상상 속의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함께 산책을 하겠다고 손을 든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산책할 때 무슨 생각을 해?"
산책은 가만히 걸어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묘한 시간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꺼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상대가 "그냥 걸을 뿐이야"라고 답하면, 대화는 그렇게 흘러갈 것이고,
만약 "오늘은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라는 답을 받으면 그 사람은 지구와 환경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럼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나는 산책을 하면서 매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엔 "왜 나무가 오늘따라 이렇게 초록색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 생각이지만, 이 작은 질문이 나의 사색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이어져서 자연의 순환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됐다.
나무는 늘 그냥 거기서 자라고 있지만, 나는 그걸 보면서 인생의 작은 것들이 어떻게 커다란 의미로 연결되는지를 생각해 본다.
사실, 혼자서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걷는 게 훨씬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음에 더 든다.
그래서 누군가와 산책을 한다고 해도 굳이 끊임없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적막 속에서 나오는 사색이 더 깊은 성찰을 만들어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나와 잔디는 그 부분에서 이심전심이다. 잔디는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의 리듬대로 걸을 뿐이다. 나는 잔디의 리듬 섞인 걸음을 보며 강아지가 사람보다 더 나은 대화 상대일지도 모른다고 종종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과의 산책도 매력이 있다.
사람과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이런 대화를 할 수도 있다. "넌 왜 그렇게 바쁘게 사니?"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성공하려면 바빠야지."
그러면 나는 물어본다. "그럼 너의 성공은 무엇을 위한 거야?"
그 순간, 대화는 갑자기 철학적인 영역으로 들어선다.
성공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왜 그렇게 애를 쓰는지, 정말 그게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산책을 하면서 떠올린 많은 대화들이 그렇다.
사소한 질문 하나가 대화의 흐름을 예상치 못한 깊은 곳으로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산책을 하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산책이 인생의 축소판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 길 위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어쩌면 이 질문은 단순한 산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꾸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리듯 걸으려고 하지만, 사실 산책은 그저 걸음 자체에 의미가 있다.
목표를 향해 걷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고, 그 길에서 얻는 작은 기쁨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찾고 있는 목표는 따로 없고, 그저 지금 걷고 있는 길 그 자체가 답일지도 모른다.
산책을 통해 느끼는 작은 행복과 기쁨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보물일지도 모른다.
결국, 산책을 하면서 얻는 대화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넘어 나 자신과의 소통이기도 하다.
혼자서 생각하는 순간들도 의미가 있고,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도 소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책 그 자체에서 오는 작은 행복과 큰 기쁨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외친다.
"나랑 산책할 사람, 손!"
그 손을 들 사람이 있다면,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는 것이고, 만약 그럴 사람이 없다면, 혼자라도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잔디와 함께하는 산책은 언제나 평화롭고, 그 속에서 얻는 사색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오늘도 나는 잔디와 함께 즐거운 산책을 이어가며,
그 속에서 삶의 작은 의미들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