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돈의 신 06화

6. 경제적 자유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현명한 경제적 자유 추구법

by 한자루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 걱정 없이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갖고 싶은 것을 망설임 없이 사는 삶.
그런 삶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자유와 거리가 멀어 보이고 괴로움은 점점 늘어나는 것만 같다.

과연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지금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질까?

정말 돈은 우리의 행복을 보장할까? 그리고, 그 자유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나는 경제적 자유는 삶을 풍요롭게하는 도구이자 수단 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분명히 그것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모으기 위해 태어났거나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먼저 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답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아마 그 본질은 공통적일 것이다.

쾌락을 추구하고 욕망을 충족시키거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현재 추구하고 싶은 쾌락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 또한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출근길마다 반복되는 한숨,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스트레스,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고 싶은 간절함, 부모님께 넉넉한 용돈을 드리고 싶은 마음 등등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괴로움이란 한마디로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페인 리스트라는 것이 있다.

나를 괴로움과 고통으로 몰아가고,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보는 리스트이다.

대충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포함해서 건강과 병원비, 직장이나, 인간관계, 자녀 문제, 부모 형제와의 갈등, 건강 상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연인과의 이별이나 사별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불안,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 사고 싶은 걸 못 사는 괴로움 등등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이 중 많은 부분을 해결해줌으로써 괴로움을 줄여준다.

갖고 싶은 것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 또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페인 리스트를 작성해보면 놀랍게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유가 괴로움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자유가 많아진다 해서 반드시 괴로움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족, 친구와의 갈등, 외로움과 소속감 문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나 늙어감에 대한 불안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돈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덜 아프고, 늙어가는 것이 덜 두려우며,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자유는 분명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만, 삶의 본질적인 불안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일정 수준까지는 돈에 비례해서 행복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니 일단은 돈 번 후에 생각해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돈에 대해서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양상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돈을 벌면서 쾌락에 탐닉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다.

자기 절제가 동반되지 않은채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처음에는 쾌락으로 인한 행복도가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쾌락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급부로 괴로움을 동반한다.

숙취, 건강 악화, 외로움과 같은 정신건강 그리고 쾌락에는 지난 글에 언급했듯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쾌락은 처음 경험할 때 가장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된다.
같은 수준의 즐거움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더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문제는 쾌락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즐거움이었지만, 점점 건강을 해치고, 공허함을 키우며, 결국 절제를 잃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가진 돈까지 흥청망청 탕진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는 줄어들며, 결국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와 NBA 선수협회에 따르면 NBA 농구선수 60% 그리고 미식축구인 NFL 선수 78%가 은퇴 후 5년 내로 파산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어떤 논문에서는 이들의 파산율을 15%정도로 보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손에 쥐었지만, 돈을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경제적 자유는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절제 없이 소비하고 재정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결국 은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산을 탕진하고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다른 경우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지나치게 희생하는 경우다.

미래를 위해 무리하게 절약하고, 건강을 돌보지 않으며, 인간관계를 소홀히 한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의 고통을 정당화하면서,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마저도 다 돈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며 행복을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후로 미루는 경우다.

절약과 저축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건강을 해치거나, 모든 즐거움을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막상 목표를 이뤘을 때 함께할 사람도, 누릴 체력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마치 마라톤에서 결승선에 도착했지만 축하해 줄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적 자유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사고방식이 결국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돈을 쌓아가면서도 행복을 누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부를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단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나는 왜 경제적 자유를 원할까?”
“돈이 많아지면 정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실 돈 자체가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삶, 더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더 건강한 몸,
그리고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미국의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부와 행복이 반드시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부자들이 심리적 불안과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를 관리하고, 스스로의 삶을 균형 잡힌 방향으로 이끄는 능력이 없다면, 경제적 자유는 단순한 환상일 수도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더 좋아지거나, 삶의 의미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삶을 희생하며 돈만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지 않을까?

keyword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