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이 돈을 주고받는 세상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결재를 한다.
현금은 이제 마치 선사시대 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종종 있다.
요즘은 동전이나 지폐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를 해결하는 시대다.
돈은 점점 더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친구가 비트코인을 샀다고 자랑하며 물었다.
“이제 나도 부자가 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되물었다.
“근데 너 비트코인이 뭔지는 알고 샀냐?”
그 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그냥 다들 좋다고 하길래!”
이런 식으로 블록체인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뭔가 새로운 돈이 될 것 같고, 투자하면 부자가 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블록체인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흔들고, 돈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거대한 실험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정말 새로운 부의 기회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유행처럼 지나가버릴까?
블록체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왜 은행을 이용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10만 원을 빌려줬다고 가정해보자.
며칠 뒤 돈을 갚으라고 했더니 친구가 딱 잡아뗀다.
"내가? 너한테 돈을 빌렸다고?"
억울하지만, 내가 빌려줬다는 증거가 없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빌려줄 때 계약서를 쓰거나, 다른 친구들을 증인으로 세운다.
은행도 같은 원리다. 우리가 돈을 보내거나 받을 때, 은행이 이를 기록하고 관리한다.
덕분에 거래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이 모든 거래를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송금할 때마다 수수료를 떼고, 해외로 돈을 보낼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은행은 이 거래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 곳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이 해킹이나 서버의 문제로 사라진다면?
블록체인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거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장부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그 정보가 수천, 수만 개의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된다.
즉, 누군가 기록을 조작하려 해도 모든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친구가 돈을 빌리고 안 갚으려고 해도, 수천 명의 증인이 "네가 돈 빌린 거 맞아!"라고 말해주는 셈이다.
은행 없이도 돈을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면, 금융 시스템은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곧 블록체인이 모든 은행을 대체한다는 뜻은 아니다.
블록체인이 금융을 혁신할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을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가격 변동성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법정화폐)은 하루아침에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락내리락한다. 예를 들어, 점심으로 김밥을 사 먹었는데, 다음 날 같은 김밥이 30% 더 비싸거나 싸다면 돈으로 쓰기가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규제와 법적 문제다. 블록체인은 중앙 기관 없이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정부는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돈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으면, 세금 징수나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국가는 암호화폐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또 다른 국가는 이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보안과 사기 위험이다. 블록체인 자체는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나 개인 지갑이 해킹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코인 대박 난다!"며 사람들을 속여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블록체인이 당장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이게 돈이 된다고? 그냥 컴퓨터로 문서 주고받는 거잖아!"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개념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돈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금융뿐만 아니라 예술, 게임,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다. NFT(디지털 자산), 스마트 계약, 공급망 관리 등에서 블록체인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처럼, 일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사업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이 새로운 금융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무조건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완전히 외면해야 할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여전히 발전하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지, 정부가 어떤 규제를 만들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이 기술을 맹신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공부하고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 같아!"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하지만 가격 변동만을 쫓는 투자는 결국 도박과 다를 바 없다.
블록체인이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인지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따라 이 기술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부 국가는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또 다른 국가는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블록체인을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혹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따라 블록체인의 활용 방식도 변할 것이다.
블록체인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단순히 "코인"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금융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다.
공급망 관리, 의료 기록, 계약 자동화, 데이터 보안 등 여러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하나의 "돈 버는 기회"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미래의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블록체인이 어떻게 발전할지 확신할 수 없는 시기다.
하지만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이 기술이 점차 우리의 삶에 스며들 가능성은 크다.
무작정 투자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갈 변화를 차근차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접근법일 것이다.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블록체인은 사기야!"
이 극단적인 주장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적인 낙관도, 근거 없는 비판도 아닌, 현실적인 시각으로 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