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와 장로의 죽음
마을 광장.
장로의 수정막대가 허공으로 높이 들려지자 막대가 울부짖듯 떨리며, 공기가 마치 뜨겁게 달궈진 쇳덩이처럼 진동했다.
아이들이 귀를 막고 쓰러지고, 어른들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글록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리아가 팔을 붙잡았다.
“아저씨... 안 돼요. 지금 움직이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다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장로는 어느새 곁에 있던 어린 아이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장로는 광기에 잠식된 얼굴로 웃었다.
“조용히 하라! 이 아이의 생명은 내가 쥐고 있다. 글록과 그 아이를 내게 넘기지 않으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죽음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설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어느새 도망쳤던 늑대 떼가 광장의 언저리에 모여들어 부족 사람들을 포위하는 형태로 서있었다.
늑대들의 붉은 눈동자에 분노가 번져있었다.
알파-3의 차분하지만 낮게 깔린 목소리가 글록의 귓가에 흘렀다.
“글록님, 지금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장로는 인질을 보호막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의 교전은 성공 확률 7% 이하.”
그 순간, 알파-3의 채널이 울렸다.
“글록, 장로의 신호 패턴이 변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좁고 예리합니다. 마치... 한 점만을 겨냥하는 듯합니다.”
글록은 눈을 좁혔다.
“표적은... 리아겠군.”
알파-3는 차갑게 응답했다.
“네, 맞습니다. 이건 단순한 억제 신호가 아닙니다. 제거 프로토콜에 가깝습니다.”
장로의 막대 끝이 미세하게 기울었다.
그 방향은 정확히 리아의 심장 높이였다.
순간, 알 수 없는 압력이 공터 전체를 덮쳤다.
공기 자체가 수축하는 듯, 글록의 폐가 압박으로 죄어들었다.
알파-3의 센서는 붉게 번쩍이며 경고음을 연발했다.
'경고! 고주파 간섭 시그널이 내부 침투 시작'
“글록, 저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신호가 제 프로세서를 비틀고 있어요. 방어막 손실 32% 돌파...”
알파-3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전자음이 섞인 그 톤은 처음 듣는 불안한 소리였다.
글록은 리아를 감싸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곧, 그의 눈앞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장로의 주파수는 단순히 리아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 울림은 군중 전체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동시에 글록과 알파-3을 서서히 고립시키는 파동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 발, 두 발, 더 가까워졌다.
돌창 끝이 반짝이며, 공터의 중심을 조여왔다.
글록의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이건 단순한 공격이 아니다. 장로가 직접 나서기 전, 우리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군중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것이군.’
그리고 알파-3의 일그러진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채널을 울렸다.
“글록, 위험 지수 93%... 돌이킬 수 없습니다. 대응하지 않으면, 여기서 끝납니다.”
공터는 이미 장로의 주파수에 잠식되고 있었다.
군중의 눈빛은 불안과 의심으로 일그러졌고, 그 불안은 돌창 끝으로 모여 글록과 리아를 겨누었다.
알파-3의 경고음이 쉼 없이 울렸다.
'위험 지수: 94%, 군중 폭발 임계점 접근'
글록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두면... 리아가 죽는다. 아니, 이 아이만이 아니다. 이 부족 전체가 장로의 손에 죽게 될거야.’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허리춤에서 생존 장치를 꺼내며 활성화했다.
압축된 공기가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며, 공터 한가운데 은빛 필드가 번쩍하고 펼쳐졌다.
순간, 돌창이 공중에서 퉁겨져 나갔다. 날아들던 돌멩이들이 궤도를 잃고 튕겨나갔다.
사람들의 몸이 밀려나듯 휘청거렸다.
장로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의 막대 끝에서 또다시 푸른 파동이 뻗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글록의 장치가 그 파동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공기 자체가 흔들렸다.
빛과 소리가 동시에 휘청이며, 마치 두 개의 세계가 부딪히는 듯한 충돌음이 공터를 울렸다.
글록은 리아를 등 뒤로 감싸며 외쳤다.
“알파! 방어 필드 유지! 신호를 역추적해, 장로의 주파수를 분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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