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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글쓰기 Apr 08. 2024

간만의 입원 일기

중년의 글쓰기

지난번 글에서 제가 급성 xx으로 대학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다고 했지요. 저는 배가 아픈 원인이 단순히 소화불량이라 잘못 판단하여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결국  응급실에 제 발로 걸어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아래가 지난 글)


https://brunch.co.kr/@27a32e2708564a9/123


지금은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해서 집에 있고, 짧은 입원생활에서 건진 글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ㅎㅎ


6인 입원실에 4일간 입원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랜만의 입원이라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입원 일기라고 할까...

© jeshoots, 출처 Unsplash


제가 있던 6인 병실, 첫날에 저를 빼고 4명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저는 환자들 중, 가장 어리고, 상태도 양호했다. 환자 두 분은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


아마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오신 거 같은데, 몇 주만 있다가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였다. 보호자는 가족이 아니라, 한국인 간병인.


항상 그렇듯이, 병원에 와봐야 건강한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내 형편보다 어려운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입원 첫날, 입원동의서를 작성했다. 간호사님은 병원생활에 주의사항(약 2~3페이지 달하는)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낙상이 많으니, 보호자와 함께 다니세요"

"화장실 사용.... 등등"


'와. 간호사님이 친절하시네. 입원도 공동생활이니 주의해야 할 것이 많구나. 간호사님께 항상 '감사합니다' 해야겠다'


© anikolleshi, 출처 Unsplash


첫 번째 사건의 발단은 화장실이었다. 다음날 수술 준비를 위해서 아내의 도움이 필요했다. 입원실 내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고 시간이 꽤 걸렸다.


다음날, 간병인 중의 한 분이 뒤에서 뭐라 뭐라 하셨다. 아마도 전날 우리가 오랫동안 화장실을 사용했던 게 불편했던 모양이다. 공용화장실 안에 '샤워실'이 있는 데, 그곳을 사용하라는 거였다.


간병인 여사님은 말을 예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결국 아내가 조목조목 따져서 다져버린 모양이었다. 아내는 항상 상대적이어서 못되게 구는 사람에게 가만있지 않고,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잘해준다.


제가 3일간 지켜본 결과, 간병인은 말투에 짜증이 잔뜩 끼어있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중환자 노인을 수발하는 일이 오죽하겠나...


다음날에는 아내가 집으로 갔고, 나는 점심을 먹고, 밥상을 옆으로 치워두었다. 슬며시 그 간병인 여사가 내 밥상을 치워주셨다.

"아직 움직이기 불편할 테니, 제가 할게요.."

"아니, 제가 해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 adhy, 출처 Unsplash


두 번째, 공동생활의 어려움은... 소음이었다. 옆 병상에 누워계신 노인의 코 고는 소리는 그렇다 쳐도 요상한 장비에서 나오는 소음이 많이 거슬렸다.


'삑삑.. 삐비빅' '삑삑.. 삐비빅' 동일한 알람음이 밤새도록 지속되었다. 앞 병상에 새로 오신 60대 아저씨는 이런 상황이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아이고 이 장비 소리 안 나게 할 수 없나요"

"왜 그런지 나도 몰라요" "꺼 버리면 안 돼요?'"

"이거 끄면 노인네, 숨 못 쉬어 죽는 거예요!"

"에? 그래요. 그런 건지 몰랐어요..."


사실 나도 첫날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아내가 간호사 station에 가서 병실을 바꾸어 달라고 했었다. 이런 컨선이 그 간병인 귀에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업체에 얘기했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는 데 '

'이 장비 때문에 욕을 계속 먹는 데, 어떻 하누'

마치 나 들으라고 큰 소리로 얘기하신다.


'네.. 알겠어요' 속으로 대답했다.

다행히 무선 이어폰이 있어서 유튜브에 최신 음악을 무한 반복해 듣고 있다.


입원생활은 공동생활이다. 그 안에서 서로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고, 도와주고 해야 된다. 하지만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몸 상태가 안 좋고 정신적으로 지친 환자와 간병인, 보호자들은 가끔 서로 부딪힌다.


나와 같이 잠시 입원하는 경우는 텃세를 부릴 사이가 없다. 서로 마음을 쓰고 나누고 사정을 얘기할 기회도 없다. 그저 다른 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왔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게 나은 거 같다.


인간관계에는 참으로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골든 룰이 있다. 잘 알면서 잘 안지키는 규칙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대접받으려면 남을 잘 대접하라'


하지만, 골든룰 보다 진짜 중요한 룰은 바로 이거다.

건강을 지켜라 병원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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