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회사 파견시절, 첫 만남이 중요한 이유.

아빠 이야기. 직장생활 생생 경험담

by 중년의글쓰기

나는 프랑스에서 근무할 때 차량의 개폐장치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의 역할은 시스템이 구현해야 할 기능과 목표를 정리하는 일. 시스템이 목표 성능에 부합하는지를 시험, 분석, 해석하는 업무 그리고 일부 부품을 직접 업체와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담당하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되었다. 연구소에서 차량 성능에 대한 1차 검증을 마치고 현지 공장에서 시험생산을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업체와 함께 연구소에서 개선된 샘플의 재검증을 마쳤다. 나에게는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었다. 업체가 부품을 잘못 튜닝한 것이 원인이었다.


나는 이번 참에 다른 볼일을 더해서 현지 공장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당시, 공장 품질 매니저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고 했다. 선행 생산할 때는 매일 품질보고를 해야 되니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동행했던 프랑스 동료의 소개로 나는 그와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스페인 출신의 프랑스인이었고 작은 체구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5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우리를 곧바로 문제 차량이 있는 ‘차량 분석실’로 안내했다.


내가 차량을 확인하고 있는 동안, 두 사람은 프랑스어로 길게 얘기를 나누었다.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해도 눈치상 그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미덥지 않은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눈에 차량에서 생긴 현상이 동일한 문제인 것임을 알았다. 즉시 개선품으로 문제 부품을 교체했다. 준비해온 작은 일자 드라이버면 쉽게 교체가 가능했다. 드디어 나는 개폐장치를 작동시켰고 문제 현상이 바로 사라졌다. 그 순간 그의 표정에는 마치 ‘마술’을 본 듯한 놀라움과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기쁨이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그에게 원인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그는 가져온 부품을 달라고 사정을 했다. “이 부품은 딱 한 세트밖에 없다" 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차량 평가에서 품질 문제 한건을 없애는 일이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휴대폰에서 프랑스어 사전 앱을 열었다. [선물]이란 단어를 검색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까도~ 까도~ (선물~ 선물~)” 하면서 시제품을 주고 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그를 만나러 공장에 갈 때 부담이 없었다. 나중에 프랑스 동료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그는 ‘터프’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특히, 연구소 직원들이 그를 만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했다. 품질담당이니 문제가 생기면 오죽 괴롭혔겠는가?


그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위기의 순간에 짠하고 나타나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부품을 주고 갔다. 어찌 첫인상이 강렬하지 않았겠는가?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만약 내가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만났다면 필시 나는 매일 닦달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연구소 동료들과 똑같이 그 악명에 격하게 맞장구를 쳤을 것이다. 그날의 일은 곧 공장 내에 소문이 퍼져서 나는 꽤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프랑스 동료들이 보기에 내가 가장 터프한 품질 매니저에게 “까도! 까도!” 했던 일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한국으로 복귀하는 날까지, 그와 나는 만나면 서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