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손님이 없네요. 모두 꽃놀이 가셨나 봅니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까지가 부동산 시장이 가장 한가한 시기입니다. 오늘은 그냥 심심해서 “집값은 누가 정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중개사무소에 집값을 물어보실 때 어떻게 질문하시나요?
보통 매도인은 “얼마에 팔 수 있어요?” 하시고 매수인은 “얼마에 살 수 있어요?”라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를 많이 해보신 분들은 <반대로> 물어봐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즉, 매도인은 “얼마면 살 수 있냐?” 고 물어보고, 매수인은 “얼마면 팔리냐?” 고 물어봐야, 실제로 거래가 가능한 가격대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사무실로 전화가 옵니다. 매도인이 “xxx동 ooo호인데, 얼마면 거래돼요?”라고 물어보십니다. 어떤 매도인은 역으로 매수인 인척 가장을 하시고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잠시 갈등을 합니다. 현재 거래가 가능한 가격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매도인이 원하는 가격대를 말해야 할지 말이지요. 너무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매물을 안 줄 수 있으니, 보통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격 기준으로 말합니다.
일단 매물이 접수가 되어야 광고를 하고, 광고를 해야 손님 문의가 있고 없고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일단 매수 문의가 오면 손님과 통화를 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가격차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처음의 호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거래가 가능한 가격으로 수렴합니다. 급한 매도인이 거래 가능한 가격으로 스스로 낮추게 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급매가 나오면 가격 조정은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사정이 있는 매도인은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집니다 (상승장에서는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매수인이 불리해집니다) 이럴 때는 두 단계 이상 낮춘 가격에 빨리 매도하는 편이 나중에 손실을 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행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집값을 두고 흥정을 할 때, 매도자가 우선 가격을 정합니다. 먼저 시작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처음 던지는 기준점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그 기준점보다 낮게 불러야 하는 데, 이미 상당히 높은 가격을 불렀으면 그 기준점에서 낮추어 봤자 불리합니다.그렇다고 반대로 너무 낮추어 불러서 협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 가격에서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해야한다고 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저서] ‘기준점 효과와 활용’ 내용을 편집해서 인용함.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기준점 효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번 본인이 사는 지역의 아파트 단지 하나를 선택해서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 가격을 살펴보십시오. 특히, 이제 막 거래가 가능해서 매물이 서서히 나오는 단지를 선택하면 더 좋습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평형별로 대표 물건이 기준 가격을 찍고 있습니다. 매도자가 처음으로 중개사무소에 제시한 가격, 매물 호가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기준점 효과> 개념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기준점 효과’를 설명하는 사례로부동산 중개인이 호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실험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실제로 매물로 나온 집의 가치를 평가할 때, 집주인이 요구하는 호가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기준점 효과 결과가 41퍼센트였다. 일반경영대학생들이 받은 48퍼센트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41퍼센트의 의미: 실제 가격보다 1억을 더 불렀을 때, 평가를 실제보다 4천100만 원 더 했다는 뜻) 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인은 자신이 호가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다’
미국처럼 단독주택 위주의 주택시장에서는 전문가의 ‘평가’ 가격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위주의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평가가 비교적 쉽습니다. 거래도 많고 아파트가 규격화되어 있어 비교가 쉽기 때문입니다. 단지별 입지 차이는 교통, 상권, 교육, 공원이 가까이 있는지 등의 거주요건과 미래 호재를 비교합니다.(미래 호재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되고 안되고에 따라 가격이 출렁입니다).타입별 층별 가격 차이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 좀 더 가격을 쳐주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월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공개됩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기준점 효과’가 미미할 것입니다. 또한 ‘중개사’의 주관적 판단 개입의 여지도 적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집값의 <기준점>은 매도인의 호가도 아니고, 중개사의 평가금액도 아닌 실제 시장에서 다수의 참여자들에 의해 거래되어 공시된 <실거래가>입니다.
※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시장가치"란 감정평가의 대상이 되는 토지등 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거래를 위하여 공개된 후 그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물건의 가액(價額)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