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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Mar 27. 2022

인생 클레임 처리 매뉴얼(6)

불만처리 보고서 작성 및 종료 처리

타고난 마음 근육


클레임 처리가 완료되면 해당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 후 종료 처리를 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인생에 있어서는 장점 찾기로 대체했다. 앞서 행한 활동들은 내가 겪은 일들에 대한 원인을 찾으며 단점만 부각해 왔지만 나에게는 그런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타고난 마음 근육인 장점, 강점을 찾아 스스로 자양분으로 삼으면 비로소 종료 처리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격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스타일이고 공감을 잘해서 주변인들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어느새 인간관계가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이 커서 원래는 전혀 꼼꼼하지 않은 성격인데도 패키지 디자인 검토 시 남들이 놓친 부분도 잘 캐치해내곤 했다. 과도한 책임감은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동안은 생각이 많아서 오히려 어떤 시도를 못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는 부족해진 창의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유쾌함이 있다. 정확히는 상대가 기뻐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인데 그래서 노래방에서 발라드를 갑자기 락처럼 부른다거나 적재적소에서 재밌는 말이나 행동을 하곤 했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을 때는 눈치 보느라 숨겨서 내가 조용한 사람인 줄 아는 분들도 있지만 회복 후에는 다시 이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미래

사실 발생 클레임에 대한 처리를 위한 모든 과정은 이미 완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쌓이면 반기/분기/연간 분석을 통해 관리 지표를 설정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내 인생 클레임을 처리하면서 확인된 관리 지표가 무엇인지 찾으면 새로운 일, 미래, 인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 확인된 지표는 바로 자존감이었다. 자존감이 높아져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도전해보며 내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자존감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에 머리가 하얘지고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은 두근거렸지만 그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감출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고 있다는 말도 꺼낼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그 덕분에 자존감 스피치 프로그램 진행자분을 통해 비전 프로그램 대표님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분은 내 성격과 잠재되어 있던 하고 싶었던 것을 이끌어 내어 하나하나 코칭해주셨다. 결국 나와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고 관련 공부를 하며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하는 글쓰기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정확한 직업은 아직도 찾는 중이지만 결국 동물과 여행을 좋아하고 심리 문제에 도움도 주고 싶은 것은 확실해졌다.       


동물과 심리 관련 자격증을 따서 여을 접목시킨 힐링 프로그램 운영도 계획하고 있고 정신, 심리에 대한 시선을 보다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글 또는 그림, 단편 영화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몸처럼 정신이나 심리상태도 건강검진처럼 관리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요즘은 건강검진 시 심리상태를 점검하는 항목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건강상태 문진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듯 나는 하고픈 일을 찾고 실현하기 위해 지금 겨우 첫걸음을 밟았다. 나의 과거는 쓸모없지 않았고 나는 무언가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인생의 클레임을 온전히 해결했더니 새로운 인생 계획을 더 상세히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 당신도 해봐라' 혹은 '할 수 있다. 도전해봐라'는 의미가 아니라, 시작 단계에서 밝힌 것처럼 각자의 ‘인생 클레임 처리 매뉴얼’을 만드는데 이 글이 참고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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