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한 사랑을 믿었지만, 한편으론 언제든 상황이 틀어지면
도망쳐야지, 그런 마음도 품고 있었다.
남편에게 경제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다가
난 이별을 선언했다.
감정적으로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생각보다 괜찮았다.
후에 남편도 알게 되었지만, 헤어지고 나는 소개팅도 두 개나 잡은 상태였다.
그렇게 딱 사흘을 보낸 주말 오후 12시 연락이 왔다?
<누구야 잘 지내? 난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
얼굴 한번만 보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등등등 >
편지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그가
생각보다 장문으로 연락이 왔다.
나는 지금까지 남자친구들과 헤어지고 이렇게 연락 온 사람이 없었다.
환승연애를 한건가 싶을 정도로 다들 헤어진 다음 주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고
내색은 안했지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유일하게 잊지 못하겠다며 너무 보고 싶다고 연락온 사람이었다.
호기심에 약속을 잡았다.
며칠 뒤에 보려고했는데 오늘이어야만 한단다.
오랜만에 남편의 차를 탔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헤어지지 않은 사람들 같았다.
다른 게 있다면 더 이상 손을 잡지 않는 것
연애시절 좋아하던 카페에서 커피 두잔을 시키고 나란히 앉았다.
일부러 마주보지 않는 구조로 선택했다.
커피잔을 잡고 있는 남편의 손을 보다가
그 사람의 소매를 보다가
문득, 이사람과 결혼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치 원래 정해져있던 운명을 깨달은 것처럼.
오빠 그냥 우리 결혼하자
남편은 순간 멈칫했다. 눈이커졌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그를 그대로 멈춰 세운 것 같았다.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는 말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나도 그런 결혼은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건 내가 고쳐쓴다기보단 내가 열심히 하면 내가 잘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연민을 가지며 결혼 진행했던 것 같다.
여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민이 사랑인줄 알고 놓지 못하는, 덮고 가려는 많은분들에게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그 순간 나는 사랑이라 믿었고, 그 믿음은 나를 결혼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