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표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첫 직장을 거쳐 지금의 회사에 다니면서 “오늘은 그냥 사표 써버릴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인수인계 따위는 모르겠고, 그냥 오늘 그만두고 싶다는 무책임한 상상도 자주 했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충실한 회사의 노비처럼 매일 출근했고, 묵묵히 일했다.
퇴사는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결혼은 ‘이혼’이라는 훨씬 더 복잡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필요했다.
“이혼하고 나면 후련할까?”
어쩌면 그럴지도.
그런데 정말 단 1%의 후회도 없을까?
잘해보려고 시작한 결혼이 이토록 예상 밖의 국면으로 흘러왔는데,
이혼이라고 다를까.
그 역시 또 다른 감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표를 품에, 이혼을 마음에
그 상태로 결혼을 지속하고 있었다.
한 번은 정말 크게 싸웠다.
서로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드러냈던 날.
이혼하자는 말은 늘 내가 먼저 꺼냈다.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신호,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남편이 먼저 말했다.
“우리 이혼하자.”
조금 놀랐다.
늘 내가 먼저 꺼냈던 말인데, 막상 남편 입에서 나오니 묘한 기분이었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루쯤 지나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도 이 결혼생활 진짜 힘들어.
죽을 만큼 벅차.
근데 아기 때문에 참는 거야.
나는 이혼할 생각 없어.
편부모로 아이 키울 생각은 더더욱 없어.
그러니까 너도, 그냥 이 악물고 참아.”
그 말을 하고 나서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그 뒤로 두 달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매번 불안하게 “이혼하자”를 외치던 내가
처음으로 단호하게 “절대 이혼 안 해”라고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남편에게는 어떤 안정감을 줬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그때 알았다.
퇴사와 이혼에는 공통점이 있다.
진짜 결심이 서기 전에는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
그 말은 한 번 입 밖에 나오는 순간
마음에 상처처럼 남고,
화해가 되어도 이전 같지 않은 틈을 남긴다.
사표도, 이혼도.
무심코 꺼낸말이 직장도 가정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오늘도,
사표는 품에,
이혼은 마음에 담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