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잘 모르는 남자의 아이를 낳은 것만 같다

by 결혼이즈웰


이번 글은 유독 쓰기가 어려웠다.

할 말은 넘치는데, 막상 글로 표현하려니 마음의 절반도 담기지 않는 기분.

전화로 털어놓는 게 더 빠를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지낸 지 7개월이 되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아이는 늘 같은 크기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휴대폰 앨범을 넘기다 보면, 그 조그마한 2등신 신생아가 믿기지 않을 만큼 작고 여렸다.

그 모든 걸 지나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리는 정말 자주 싸웠다.

처음엔 사흘에 한 번, 그다음엔 이틀에 한 번, 어떤 날은 하루에도 두세 번.

신생아를 안고 고함을 치기도 했고, 침대에 뉘인 아이를 사이에 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서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는 너무 어려웠다.


짧은 연애, 짧은 신혼.

그 모든 것의 결과가 지금이라 생각하니, 맥이 빠지기도 했다.

“이 사람이 맞나?”

내가 알던 사람의 눈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날이 서 있고, 생기라고는 없었으며, 얼음처럼 차가웠다.

나 역시 그랬을까.

아이를 낳고 나는 마치 슈퍼우먼이라도 된 듯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고, 아이에게 조금의 불편함도 주고 싶지 않았다.

많은 걸 찾아보고 공부했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끊임없이 말했다.

“그렇게 목 잡으면 안 돼.”

“목욕은 빨리 끝내야 해.”

“티비 앞에서 재우지 마.”

“기저귀는 바로 갈아줘.”

나는 알려주고 도와주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왜 화를 낼까? 왜 저렇게 예민할까?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

모르면 묻거나 알아볼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그는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내 말 하나하나가 잔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그에게 나는 점점 지치고 버거운 존재가 되어갔다.

대화는 줄었고, 마주 보는 시간도 없었다.

교대로 아이를 기계처럼 돌보며 하루하루를 넘겼다.


출산 100일을 조금 앞두고, 결국 정신과 문을 두드렸다.

이대로는 정말 무너질 것 같았다.

그 병원은 막 개원한 듯한 세련된 인테리어의 개인 의원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선생님은 행복하겠지.

전문직에, 멋진 병원에, 남편도 의사일 것 같고…

나처럼 허둥대며 결혼하진 않았겠지.’

그러다 상담이 시작됐다.

조용하고 담백한 말투로,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 남편도 그래요.
저는 가끔, 저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어요.
근데요, 돌 즈음부터 정말 나아져요.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저도 연애 짧게 하고 아이 먼저 가졌어요. 지금 들어본 이야기가 낯설지 않아요.”



그 순간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남편도 어쩌면, 이 삶에 나름대로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기대 자체를 줄이는 것이 내 정신을 지키는 방법이란 걸 그때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용서하거나 이해하게 된 건 아니다.

여전히 나도 그도 ‘미생(未生)’이다.

엄마도, 아빠도, 남편도, 아내도.

누구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저, 낯선 사람과 부모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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