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참 다양하다.
어떤 날은 치가 떨리도록 싫고, 실망스럽고
또 어떤 날은 안쓰럽고,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서일까.
그를 쉽게 험담할 수 없다.
내 마음조차 늘 이리저리 요동치니까.
나는 미혼 시절부터 손목이 약했다.
타자를 오래 치면 손가락 마디가 쑤셨고, 손목 관절은 금세 덜그덕거렸다.
보통은 출산 후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데, 나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그랬다.
그런 손목을 가지고도 대학 시절 내내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
커피 샷을 내릴 때 무게감 있는 기계를 비틀며 손목에 힘을 주어야 했는데,
그 동작 하나가 매번 관절에 무리를 줬다.
그러다 출산을 하고 나니, 손과 손목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힘을 줘도, 제대로 쥘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하기 싫은 설거지를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도맡아 해주었다.
요즘 나는 8개월 된 아기를 안고, 들고, 기어 다니는 연습을 시키느라 손목이 거의 망가진 상태다.
남편은 자연스럽게 젖병 소독과 분유포트를 챙기기 시작했다.
불평도, 생색도 없었다.
그런 걸 보면 또 고맙고 미안하다.
이 정도면 갈등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아이와 노는 걸 귀찮아하는 남편,
아이가 옆에서 울고 비벼도 몸은 꼼짝 않고 누운 채 입으로만 달랜다.
“좀 안아서 놀아줘” 한마디 했다가 큰 싸움으로 번진 날도 많다.
이럴 때면 정말 미울 때가 있다.
왜 저런가 싶다가도,
다른 한편에선 내가 하기도 싫은 집안일을 묵묵히 해주는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은 참 알 수 없다.
더 고된 일은 나를 배려해서 해주면서,
작은 부탁에는 발끈하며 으르렁대는 사이.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완벽하게 별로인 사람도 없구나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 부족한 채로, 어설프게 살아간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결국 감정의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도는 증오를 글로 정제하지 않으면,
그 감정들이 내 안에 쌓여
언젠가는 모든 걸 버리고 아이를 데리고 숨어버릴 것만 같았다.
가끔 새벽에 설거지 소리에 잠에서 깰 때가 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조용히 설거지에 집중하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내가 나온 걸 몰랐는지 매번 "깜짝이야!" 하며 놀라는데, 그 모습이 괜히 웃기다.
나는 아기 방으로 가, 깊이 잠든 아이의 볼과 손, 발을 만지며 온도를 확인한다.
기분 좋은 미지근하면서도 보드라운 느낌.
그 순간만큼은 이 가정이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새벽까지 TV를 보다 잠들고,
주말이면 정오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을 때는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아침과 저녁, 하루 안에서도 이렇게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니.
미웠다 고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