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끝났지만 사랑은 남았다.

by 결혼이즈웰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혼이 내 앞에 놓였다.
예전엔 이혼한 사람들을 보며 인내심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상담을 가보자는 내 요청에 돌아온 건 지속적인 거절과 무시, 비난과 폭언뿐이었다.
그에게서 나는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다.

원래 마지막 글은 어쩌면 우리 결혼생활도 봄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희망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아이와 함께 거처를 옮기고 나서니, 부부가 나란히 러닝을 하거나 베드민턴을 치며 웃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란도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들의 뒷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저런 삶은 내 몫이 아니었겠거니 생각하며 아파질 마음을 다독였다.

1년 5개월의 결혼생활은 이제 아득하게 느껴진다.
결혼식, 신혼여행, 설렘으로 가득했던 순간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남은 건 아이를 낳고 키워온 시간뿐인 것 같다.


아직 소장을 주고받는 단계는 아니어서 잠잠한 요즘, 오랜만에 ‘생각’이란 걸 해볼 여유가 생겼다.
결혼생활에서 외롭고 막막할 때마다 써내려간 이 글도 이제는 끝맺음을 해야 할 것 같다.
많이 사랑했고, 결함을 알면서도 품었고, 내가 잘 이끌어가면 될 거라 믿었지만 — 아니었다.


오늘 아이와 새로운 집 주변을 산책하는데, 날이 참 좋았다.

아이가 태어난 계절은 언제나 하늘이 높고 푸르다.
나는 아이에게 소리 내어 말했다.
“우리 00이 아빠랑 같이 있었으면, 올림픽공원도 가고 한강도 가고 놀이터도 갔을 텐데. 아쉽다, 그치?”

돌쟁이 아이가 “아빠, 아빠” 하며 부를 때마다 가슴이 저려왔다.
나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라지 않았기에, 내가 널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 아이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연애할 때 반짝반짝 빛났던 우리도 있었다.
그는 늘 미안해했지만, 보인을 선택해줘서 고맙다며, 나랑 결혼해줘서 고맙다며 정성스레 편지를 써주었다.
양가의 허락을 받고 그의 오피스텔에 들어섰을 때, 불도 켜지 않은 채 나를 안으며 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따뜻했고, 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과한 주식투자와 반복된 잃음, 피폐해진 생활과 성격.
안쓰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반짝이던 우리의 모습이 서서히 퇴색해가는 게 슬펐다.

이혼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쳐 지나가지 않고 인연이라 여겨 내 앞에 멈춰 서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 나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 아이를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keyword
이전 19화결혼하며 알게 된 내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