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시 전면 봉쇄 18일째, 어제 7번째 핵산검사를 받았다. 봉쇄 중이어도 주말은 주말이라 여전히 행복하다.
책을 읽다 스르르 졸음이 밀려와 소파에 드러눕는다. 어제 제주에 몰아쳤다던 강풍이 그새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밖에는 요란한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누안치(중앙난방)도 끊겨 집안이 썰렁하다.
봉쇄 전 주말에는 뭐 했드라, 기억을 더듬어 본다.
연변대 수영장을 갔었지. 날씨가 좋은 날이면 몇 시간이고 고행하듯 걸어 모아산(연길의 자랑!)을 다녀오기도 했다. 특별한 주말 의식을 치르듯 꼭 루이싱 커피에 들러 커피도 마셨다.
한국에 있을 때 주말에는 뭐 했드라, 벌써 3년 전 일이다.
아침에는 남편과 천천히 사랑을 나눈 후 알몸 그대로 서로 기댄 채 한참을 누워, 마치 20여 년 전 대학생 커플로 다시 돌아간 듯, 음악도 듣고, 농담도 하고, 속 이야기도 하곤 했다. 이렇게 안방에서 맘 편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연인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성공(?)했다, 사랑을 지켜(?)냈다, 뿌듯해하며. 종종 딸이 무심코 방문을 열려고 하면(네가 올 줄 알고 미리 잠가 뒀지),
“야, 엄마 아빠 지금 응응 중이니까 이따가 이야기해.”
“으! 드러워!”
“그 드러운 짓 덕분에 네가 태어난 거야.”
정오 무렵, 배고픔을 못 이기고 한 둘 씩 각자의 방에서 까치 머리를 하고 빠져나오면, 다 같이 김밥에 라면을 끓여먹었다. 나는 김치와 달걀만 넣어 후다닥 못난이 김밥을 말고, 딸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끓이고, 아들은 세심한 힘 조절로 김밥을 가위로 자르고, 남편은 (내가 여러 번 채근한 뒤에야) 설거지를 했다. 때로는 설거지하는 뒷모습이 너무 기특해(?) 내가 살금살금 다가가 남편의 만능 일상복 바지(사각팬티)를 발목까지 획-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주말에는 분업이 확실한 가족 브런치를 먹고 변태 장난도 쳤다.
이제, 3월에도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이 추운 연길에서, 혼자 집 안에 갇힌 채, 쓸쓸한 주말을 보낸다. 그래도 사랑하는 이들과의 다정한 추억이 있어, 굶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