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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천우 Mar 15. 2022

회장님댁을 다녀오다

연길 간판 속 코리안드림

 드디어 ‘회장님댁’을 다녀왔다. 연길의 ‘회장님댁’은 기업 총수의 으리으리한 저택이 아니라 발전가에 새로 생긴 핫한 카페를 말한다. 가게 간판에는 ‘회장님댁, 会长家, president house’ 3개 국어로 여있다. 중국에서는 한 회사의 총수를 '경리 总经理'[zǒngjīnglǐ] 혹은 '동사장 董事长'[dǒngshìzhǎng]이라고 부르니, 한류의 영향이 틀림없다.


 직접 가보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장식, 우아한 2층 계단, 높은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널찍한 거실, 폭신하고 아방가드르한 소파,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개별 공간, 시시각각 와서 청소해주는 도우미 아줌마(?)까지 과연 회장님댁답게 화려하고 여유롭고, 몹시 비쌌다. 한 입에 끝나는 마카롱 1개에 26元(5천 원 정도), 먹으면 입술이 파랗게 물 드는 민트초코케이크는 36元(7천 원 정도), 회장님라떼는 30元(6천 원 정도)이다. 연길시내버스 요금이 1元, 현지인들이 사 먹는 소고기면 한 그릇이 10元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연길에 단 두 군데 있는 스타벅스만큼이나 후덜덜한 가격이다.


 

 그럼, 연길에서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비싼 ‘회장님댁’에 올까? 한국 드라마에서 늘 남주에게 ‘못-난-놈!’ 하고 혼자 성을 내다 쓰러지곤 하던, 바로 그  '회장님' 집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사람들이 와보겠지. 평생, 회장님댁에 살아보거나 초대되기는커녕 그 앞에 얼쩡거릴 기회조차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와보겠지. 연길에는 회장님댁만 있는 게 아니다. 연길의 핫플레이스 연변대학교 앞에는 ‘홍대클럽포차’, ‘청담동 가로수길 카페(清潭洞佳路树街)’ 심지어 ‘버닝썬 룸포차(伯宁森)’도 있다. 십여 년 전, 진돗개로 유명한 섬 진도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도읍에 뜬금없이 있던 ‘뉴욕치과’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나 할까. 연길에 스며든 코리안드림이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그런데 연변대학교 정문 외벽 부조벽화에는 왜 서울대 교문 ‘샤’ 마크를 새겨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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