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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천우 Mar 25. 2022

님아, 그 근육옷을 입지 마오

중드 속 핫 아이템, 근육옷

 최근 방영을 시작한 디리러바(迪丽热巴) 주연의 판타지협로맨스 <与君初相识·恰似故人归>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남주 런지아룬(任嘉伦) 배우가 안 입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바로 그 근육옷!

百度 캡처

 저 배우는 체격이 왜소한 편인데, 저 옷을 입으니 BP(Breast Point)의 위치가 너무 낮고 작은 얼굴에 비해 어깨는 지나치게 넓어 보인다. 하지만 명색이 인어왕자 역인데 윗옷 입고 나올 수도 없고(물고기가 옷 입고 헤엄치는 거 봤나), 기껏 물에서 건져 올려놨더니 초콜릿 복근 없는 것도 민망한 일이니 어색해도 결국은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이두에 일반인의 근육옷 구입 후기가 있는 걸 보니 중국에서는 이미 상품화된 듯하다. 남편 것도 하나 사다 줄까? 나랑 있을 때는 말고 친정 갈  입으라고. 언니들 입이 딱 벌어지면 별거 아니라는 듯 ‘어, 운동 좀 시켰어.’라고 말해야지. 그런데 구매후기가 별로다.

중국의 한 근육옷 구매자가 근육옷 입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옷 무게가 10kg 이 넘고 입고 벗기가 너무 힘들어 산 것을 후회한단다, 百度 캡처

 근육옷이 왜 나왔을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입을 일은 없겠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에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자기 만족감? 옷의 핏감을 살리기 위해? 낯선 이성의 호감을 얻기 위한 단기적 속임수 전략인가? 여중생들의 쌍수 테이프, 직장 여성들의 뽕브라와 맥락은 같다. 단지 일반적으로 외모에 더 민감한 여성이 아닌, 남성의 ‘위장’ 아이템이라는 사실이 좀 더 흥미롭다. 하지만, 모든 ‘위장’이 그렇듯 그 효과는 얕고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여성들이 근육근육한 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근육 자체라기보다는 그 근육이 그 남성에 대해 암시하는 것, 이를테면 근육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흘린 땀, 끈질긴 노력, 자기 절제력, 자신감과 강함이지, 근육 그 자체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근육근육하 물론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싫어지거나 근육근육한 낯선이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 아니다. 남성들이 큰 가슴의 여성을 선호하는 것도, 그 큰 가슴이 암시하는 그녀의 젊음과 건강, 부드러운 촉감성적 만족감에 대한 기대이지, 큰 가슴 자체는 아니듯이. (어, 아닌가?) 내적 매력없이 가슴만 덩그라니 큰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어, 아닌가?) 근육옷을 입어서는 장기적 파트너는 말할 것도 없고 원나잇 상대도 낚기 어렵다. 근육옷 보다는 경청하려는 태도, 진실한 눈빛, 장기적으로는 꽉 찬 두뇌, 꾸준한 자기 관리, 건실한 경제력 등이 짝짓기 시장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러니, 님아, 나를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 근육옷을 입지 마오. 내가 님을 사랑하는 건 근육 때문이 아니라오.(님의 섹시한 두뇌와 건강한 마음, 든든한 경제력 때문이라오)


 * 혹시 나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위해 근육옷 유사품을 소개한다. 70만 원 상 실리콘 소재 근육옷을 살 여력은 안 되지만 소박하게라도 근육을 누려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근육 티셔츠와 독거 여성들을 위한  남친근육어깨. 타오바오에서 구매가능.

근육 티셔츠, 淘宝 캡처
남친근육어깨, 淘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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