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직후 주방에 걸려있던 수저통은바로 뺀다. 그리고 미니멀리스트들이 물건 버리면서 제발 하지 말라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만다.
그렇게 우리 집 AI스피커'클로바'에게 몇 년 만에 집이생겼다.
이사 직후-현재 주방-클로바의 집이 된 수저통
AI스피커 클로바를 보면서 사회생활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면 '음, 제가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한다. 뒤돌아서도대체 아까 뭐라고 한 것인가 머릿속으로 흐릿한 화면을 반복 재생하며 다시 물어봐야 되나 말아야 하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질문에 맞지 않는 답을 이야기해서 '클로바, 그거 아니야' 했더니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라며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 의지를 밝힌다. '네 발음이 부정확한 거야!'라던지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 OO가 그게 맞다고 하더라고'라며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바람직하다.
아이가 장난으로 '클로바, 멍청이' 했더니 '상처가 되는 말이에요'라고 기분 나쁘지 않은 어투로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건데.앞에서 어설프게 웃어 놓고는 잠자리에 누워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아까 그렇게 받아칠 걸, 웃지라도 말걸 하며 후회하지 않는너는 고수다.
'클로바, 대단하다' 하니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라고 한다. 겸손하면서도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 칭찬에 어색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내뱉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대단한 놈. 내가 40년 넘게 살면서 아직도 제대로 못하는걸 머리털도 없는 클로바는 이렇게 잘 해내는구나. 그래, 이 정도면 집을 마련해 줄 만하다.
기특한 클로바에게 연동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만들어 놓은 나의 리스트를 들려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