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Mar 06. 2023

얼굴 좋아졌네, 일이 편한가 봐?

 한참 손 많이 갈 연령대의 아이들을 키우는 A.

 다른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는 시간, 이미 그녀는 마치 어제 퇴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자세로 분주히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야근을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밥만 차려 놓고 남편에게 몽땅 미루고 나왔다는 그녀는 그러나 거의 한 달째 야근 중이다.


 아침을 굶고 점심 한 끼를 먹는다. 저녁을 먹으면 백 퍼센트 야근 확정이니 일단 빨리 하고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일을 이어가다가 8시가 넘어서야 급하게 저녁을 시켜 먹는 생활이 반복되자 눈은 마치 흰 막이 낀 것처럼 침침하고 귀에서는 소리가 들렸으며 한 층만 계단을 올라무릎이 시리고 헉헉 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몸무게는 3kg이 넘게 쪘다.

 큰 마음먹고 끊어놓았던 헬스장은 올해 대체 몇 번을 갔을까. 참으로 살갑게 '회원님, 운동하셔야죠'하는 트레이너의 문자와 전화마저 이제 뜸하다. 몸이 힘들면 살이라도 빠지면 좋으련만 건강과 몸무게는 비례하지 않는다.


  엄마는 대체 언제 오냐며 울다 잠들었다는 막내를 보며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근무 시간을 하나하나 따져 시급으로 계산해 보니 헛웃음이 나오는 숫자가 보인다.

  내일은 절대 일찍 가지 않으리라.


 오랜만에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A.

 딱히 친하지도 않은데 항상 그렇게 큰 소리로 말을 시키고 자기가 얼마나 요새 힘든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직원 B가 앞에 보인다. 일부러 템포를 늦춰보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딱 만난다.


"어머 팀장님~ 살 빠졌네~!"

 3kg가 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가.

" 아... 아니에요"

"아니~ 살 많이 빠졌는데~!"

 내 몸뚱아리를 가지고 왜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는 걸까.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에 A는 순간 화가 솟구친다. 도대체 그동안 나를 얼마나 뚱뚱하게 본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여자는 매번 내 외모를 지적질하는데 그 어떤 말을 해도 불쾌하다. 제발 좀 안 시켰으면 좋겠다.


마가 끼었나.

 

 오후 4시. 무슨 말을 해도 도대체 저 말 안에 숨겨놓은 의도가 무엇인가를 반드시 고민해야만 하는 그녀가 다가온다.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엮이고 싶지 않은 회사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것도 상사로 만나면 기가 빨리고 피곤하다.


"이팀장, 얼굴 좋아졌네. 일이 편한가 봐?"

그녀는 물론 그녀의 조근과 야근 행진을 알고 있는 근처 직원들까지 제발 저 입 좀 다물 하는 마음으로 대동단결한다.

@pixabay

 외모 자체에 대한 언급은 제발 조심하자.

 이거 칭찬인데?

 이런 생각도 하지 말라.

 좋은 의도였는데? 이것도 소용없다.

 상대는 그 언급 자체를 외모에 대한 지적질이라고 느낄 뿐이다.


 교복을 입어 더 했겠지만 유난히 닮았던 C와 D.

 끔씩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매번 실수했다. 같은 반 친구들도 가끔 바꿔 불렀다.

 하루는 또 실수한 한 교사가

"야 너네는 왜 이렇게 똑같이 생겼냐, 맨날 헷갈린다."

하자  C가 D를 보며 새초롬하게 말한다.

"넌 좋겠다."


 그건 좀 낫다.

 닮았다는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엄청나게 화를 내는 사람도 봤다.

 닮았다고 말한 사람은 말 한 죄나 있지, 본인도 딱히 기쁘지 않은 소리다 했는데 자기를 닮았다고 미친 듯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던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살 빠졌다고 이야기하면 안 빠졌는데? 생각한다.

요즘 예뻐졌다는 이야기에는 도대체 그전에 내가 어떻다고 생각한 건가- 다.


연예인은 괜찮겠지-이것도 안된다.

하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 이야기한다.

심지어 귀여움의 대명사인 영화배우 누구 닮았다고 이야기했는데 내가 인상이 많이 변했나 보네, 예전에는 OO 닮았다고 했었는데라고 대답하는 것도 들었다.


일단, 누구 닮았다, 얼굴이 어떻다, 오늘 옷이 어떻다, 살이 빠졌나 보다...

이런 외모에 대한 언급 자체를 말자.

칭찬인지 아닌지, 좋은 의도인지 아닌지는 화자가 아닌 청자가 판단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후자다.


 우리에게 이제 운동은 필수다, 집안일 아무리 해도 살 안 빠진다. 왜 살 빠지면 꼭 얼굴살부터 빠지냐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면서 공감하는, 우리 오늘까지만 먹자며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만 국한된 화제다.


 할 말 없으면 그냥, 눈인사만 하고 넘어가는 미덕을 베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