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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21. 2022

이렇게 비워보니 빠릅디다-가구, 가전

 '작은 집'이 들어간 책들을 정독한다.  이분들은 간소한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필요한 물건 싹 버리거의 무소유 상태로 작은 집으로 가다. 필요한 물건 자체가 심하게 으시다. 어떤 분은 전기도 안 필요하시다. 나 같은 사람이 범접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무리 찾아봐도 필요한 물건은 많은데 이사 갈 집이 너무 작아 안 들어가 어쩔 수 없이 비워야 했다는 분은 안 계시다. 정리정돈에 대한 주옥같은 책들도 많다. 유용하다. 다만, 거기 나오는 우리 집도 아닌데 이상하게 내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비포 애프터 사진은 같은 공간에서 물건을 많이 덜어냈을 때의 이야기라는 거다.


 중엔 이 울릴 정도로 많은 물건을 비워냈만, 남은 물건을 작은 집에 처음 가지고 왔을 때 다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사가 끝났는데, 두루마리 휴지가 화장실 세면대에 들어있었다 하지 않았는가. 어느 정도 줄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집에 있는 거 모두 다 집어넣고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 다니며 살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기는 필수다. 나아가 작은 집에서도 여유 있는 공간을 원한다면, 엄청나게 버려야 한다.


1. 실공간이 얼마큼 작아지는지, 냉정하게 계산한다

몇 평에서 몇 평.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축인지 구축인지, 아파트인지, 주택인지, 오피스텔인지  조건따라 공간 차이가 많다. 현재 집과, 이사 갈 집의 도면을 찾아, 같은 비율로 줄여본다. 이사 갈 집 도면을 현재 집 도면 위에 포개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집 현관에서 거실까지 크기라던지, 지금 집에서 안방이 빠진 크기라던지, 실공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2. 가구와 가전을 큰 순서부터 '넉넉한 크기로' 넣어본다

가구 가전을 터무니없이 작게 그리면 안 된다. 오히려 너무 크다 싶을 정도로 그려 넣어본다. 가구와 가전을 사용하는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랍장을 넣었다면 서랍을 빼냈을 때까지의 공간까지 표시해야 하고, 식탁을 넣었으면 의자를 뺀 공간만큼을 계산해야 한다. 잘못 계산하면 냉장고 문이 반만 열리는 불상사가 생다.


3, 가구와 가전이 다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제 '버리기' 시작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4. 가구와 가전의 우선순위를 매긴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매긴다. 책장, 화장대, 옷장 등 수납가구의 경우는 안의 물건 얼마큼 비워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물론 우선순위는 개인마다 다르다. 허리가 좋지 않아 침대 생활이 필수라면 부피가 커도 침대를, 아이가 있어 책상이 있어야 한다면 책상을 앞 순위에 넣는다. 옷을 비우기가 쉽다면 옷장을,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화장대를 후순위에 넣으면 된다. 같은 용도의 가구가 여러 개 있다면 나누어 적는다. 책장 3개 중에 한 개는 꼭 있어야 한다면 책장 1은 앞에, 책장 2, 3은 후순위에 둔다.


) 지금 집에 있는 가구와 가전의 리스트를 작성하면 좋다. 리스트에 가로*세로*높이까지 기재해두면 매번 재는 수고를 던다. 우선순위도 적고, 어떻게 비울 지도 다. 하나씩 비울 때마다 두꺼운 색연필로 줄을 긋는 쾌감도 쏠쏠하다. 작성하면서 '가구와 가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가!' 하는 깨달음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가운데 줄은 비운 것/노란색은 지금 작은 집에 가지고 오기로 한 것. 노란 것 중 줄은 가지고 와서 버린 것


5. 도면에 우선순위대로 다시 가구와 가전을 넣어본다. 1-5까지만 들어간다면 6번부터는 비우는 것이라고 일단 결심해야 한다!! 그리고, 가구부터 비워낸다

- 여러 개 있는 것은 개수를 줄인다-책상이 여러 개라면 한 개만 가져간다

- 비슷한 용도라면 좀 더 활용도가 높은 것 하나를 택한다-김치냉장고와 냉장고가 있다면, 활용 빈도를 보고 좀 더 많이 쓰는 것 하나를 가져간다

- 이왕이면 부피 큰 것을 버린다-다른 책에도 많이 나오지만, 침대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계산해보면 '얘가 사람보다 공간을 더 많이 쓰네!'싶다. 이불 넣을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침대에 비할 수는 없다. 옷장(10자 장롱 등)은 작은집의 벽을 다 가릴 수 있다. 을 많이 비울 생각을 하고 10자 중 반만 가져간다 하는 식으로 최대한 줄인다.

- 큰 소파는 심사숙고한다-매장에서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집에 배소파 크기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의 소파는 작은 집에 가면 '소파가 주인이냐'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정말 필요한데 도저히 자리가 안 나서 작은 것으로 사야다면, 그 자리도 일단 크게 그려본다


6.  비우는 방법을 정한다

가구와 큰 가전은 버리는 데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든다. 이사 가는 날 모든 것을 다 빼서 스티커를 붙여 버리고 갈 것이 아니라면, 미리미리 이들부터 처분해야 한다. 지인에게 주기, 중고 판매, 버리기 중 하나씩을 가구별로 정한다. 나는 물건을 아주 깨끗하게 써서 이 많은 이 다 버려진다는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중고 판매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특성상 집 안으로 들어와 가져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가능한 하지 않았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가구는 스티커를 붙여 이삿날 한꺼번에 버렸고, 큰 가전은 폐가전 무료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 이사 며칠 전 다 뺐다. 상태 좋은 것들은  필요로 한 3명에게 주었다.

- 마침 그 시기에 작업실을 꾸미기 시작한 동생이 작업실로 많은 가구를 가져가 주었다.

- 아이가 쓰던 가구 등은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장 친한 친구가 가져다. (별로 안 필요했는데 분명 나중에 필요하다고 강요한 것 있다)

- 소파, 책장, 에어컨 등 정말 처분하기 힘든 큰 것들은, 마침 신혼 때부터 15년을 한 집에 살면서 낡은 가구를 바꾸고 싶은데 몇 년 안에 새집으로 이사 계획이 있어 새로 살 수도 없다는 친한 언니와 필요가 딱 맞았다. 취향에 맞는 가구골라가라 했는데 정말 많이 가져가 줬, 에어컨은 후하게 값을 쳐주었다.

 이 세 사람 모두,  새것을 사줘도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들도 바쁜 일정을 쪼개서 수시로 우리 집에 와서 짐을 덜어가 줬다. 그때마다 내 마음의 짐도 같이 덜어졌다.

친한 언니는 우리 집 이사 직전 주말에 아예 용달을 불러 실어갔다. 이제 집이 울린다

 그리고, 가구를 버리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가구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다 비우는 것이다. 가구를 빼는 것도 힘들지만, 그 안의 물건도 만만치 않다. 물건을 빼다 보면 깜짝 놀란다. '이 가구 정말 잘 만들었다. 어쩜 이렇게 수납이 많이 될까!' 감탄하게 된다.


 감탄은 감탄이고,  이제, 물건을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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