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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22. 2022

이렇게 비워보니 빠릅디다-물건

 비울 가구를 추리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의 물건은 무조건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가구를 이사 당일 버리기로 했다 해도, 그 가구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루에 한 개씩 버리기, 미니멀 게임(1일에는 1개, 2일에는 2개... 31일에 31개), 하루에 한 구역씩 정리하기...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다. 렇게 비우다가 이사 못 간다. 무조건 비워내야 다.

 


눈에 보이면 바로 비운다

 '이날부터', 혹은 '날 잡아 대정리 해야겠다'는 크기가 비슷하거나 더 큰 집으로 가는 경우 가능하다.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간다면 미리 비워야 할 물건의 수가 전자와는 비교할 수 없게 많다. 아주 야박한 시각으로 보이는 물건마다 '가져갈 물건인가'를 따져본다. 바닥에 요가매트를 보고 버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중에 버려야지'는 안된다. '이사 갈 때까지는  쓸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까지 안 썼고, 이사 가서 안 쓸 거니까 버리려고 한 거다.


'어떻게 비울지' 미리 정해둔다

판매, 기부, 지인에게 주기, 버리기, 모르는 사람에게 나눔 등으로 나눈다. '일단 팔아보고 안되면 지인을 준다'던가, '가능하면 기부하고 남는 건 버린다' 등으로 순서를 정한다. 나는 <지인에게 주기-필요 없다고 하면 기부-기부 안되면 나눔이나 판매> 순으로 정했다.


방 하나에 지인들에게 줄 물건을 모아 둔다

 물건 산이 생긴다. 아니 그럼 방 하나를 못쓰지 않는가! 이사 가기 전에 작은 집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생각보다 별로 불편하지 않아서 놀랐다. 하지만 방문을 열면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어서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 가까이 살지 않으니,  여러 번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이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싹 다 걷어 옆에 갖다 두게 된다. 속도가 아주 빨라진다.


기부할 물품도 모은다- 일단, 신청부터 한다

 수거까지 시간이 걸리니 미리 신청한다. 개수를 대략 적는다. 신청을 해놨는데 그 개수보다 적으면 안 될 테다. 옷을 30벌이라고 썼는데 20벌밖에 안된다면 10벌 더 추린다. 이게 참 묘한 게 대충 적은 그 숫자가 터무니없이 너무 많아서 못 채운 적은 없다. 나도 모르게 이 정도까지는 비울 수 있겠다는 잠재적 숫자를 쓰나 보다.


나머지 물건은 바로바로 처리한다

 버려야 하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버린다. 미리 종량제 봉투를 사다 놓고 과감하게 버린다. 상태는 좋은데 기부가 불가능한 품목들이 있다.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은 헐값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비대면으로 나눔 했다.


품목별로도 비우는 방법을 정한다

아이 물건

아이의 어마어마한 책과 장난감, 작아진 옷은 조카와 친구 딸에게 보냈다


다시 읽을 계획이 없는 책, 사놓은 지 한참 됐는데 안 읽은 책은 비운다. 읽어야겠다 싶은 것은 빼놓는다. 일주일 뒤 그때까지 펴보지도 않았다면 비운다. 소장해서 자주 볼 책만 둔다. 가족에게 책 사진을 보내 원하는 책은 빼두고 나머지는 일괄 알*딘에 우편으로 판매했다. 매입 불가 상품은 기부했다.


옷, 가방, 신발(모두 기부)

과거 시제가 나온다면 버려야 한다. '이거 예전에 잘 어울렸는데', 혹은 '살 때 비싸게 주고 샀는데'는 결국 '지금은 안 어울린다', '안 입는데도 비싸서 못 버리고 있다'와 같은 말이다. 비운다.

'이건 다 좋은데'로 시작하면, 버린다

'다 좋은데 옆이 너무 파여서'라면 결국 그것 때문에 못 입는단 소리다. 꺼려지는 부분이 있으면 비운다.

출근(외출)할 때마다 하나씩 입어본다

입었다가 벗었다면 그건 비워야 하는 거다. 가방을 들고나가려다가 한 때 너무 유행했던 거라 못 들고나갔다면, 비운다. '이 신발은 너무 편하긴 한데 너무 낡아서 회사에는 못 신고 가겠다'면, 버린다.


부엌살림

나의 물욕이 샘솟는 장르, 컵과 잔, 텀블러, 그릇이다.  이사 갈 집 주방 크기만큼 하나하나 신중하게 추린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을 가져가고, 그중 오래되어 실금이 보이면 비운다. 많이 사용하더라도 '겹쳐 놓을 수 없는 그릇'은 가져가지 않는다. 하나하나 진열해 놓고 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남은 것을 집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라가라고 하니 아주 반응이 좋았다. 나머지는 한꺼번에 기부했다.


 기부물품을 수차례 보내고, 지인들이 트렁크를 싹 비워 왔다가 뒷자리 발 밑 자리까지 꽉꽉 물건을 채워가기를 몇 번 하고 나면 집이 점점 넓어지고, 붙박이장마다 빈 공간이 생긴다. 이 정도면 이사 갈 수 있겠는데? 하며 자신감이 좀 생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비우기로 한 책장 속 물건들은 미리 다 뺀다. 남은 물건도 이사 전에 모두 비웠다/ 이사가 가까워올수록 기부 간격은 가까워진다


이사 갈 집의 수납공간을 냉정하게 계산한다.

 '지금 집에 옷장이 방별로 모두 합쳐 9칸인데 이사 가는 집에 두 칸만 있다', 혹은 지금 그릇장이 따로 있는데 이건 못 가지고 가니 주방 상하부장에 넣어야 한다' 등으로 이사 갈 집의 공간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사 갈 집에 없는 공간은, 지금 집에서도 없다고 생각한다. 옷장 9칸에 옷들이 낙낙하게 걸려 있다면, 작은 집 옷장만큼의 공간, 즉 두 칸에 다 몰아넣는다. 안 들어간다. 이렇게 낙낙했는데! 공간을 많이 줄이는 것은 예상한 것 보다도 훨씬 어렵다. 안 들어간다면 다시 추린다.


 물건별로 이것이 필요한가를 따지면, 다 필요해 보인다. 줄어든  공간에 들어가는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딱 그만큼의 공간에 물건을 넣어보면, 자연스럽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부터 넣게 되고 나머지가 생긴다. 몇 차례 반복하며 나머지들을 버려나간다. 이렇게 우선순위대로 채워 보면 추억의 물건을 비롯해 '버리지 못해 보관만 하고 있던' 물건들의 자리는 없다. 당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을 넣기에도 공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모두 버린다.


팁) 가구와 물건을 비우다 보면 각양각색의 수납상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건 일단 갖고 가 보길 추천한다. 이사 갈 집의 수납공간이 적기 때문에 한 공간에 여러 종류, 여러 개의 물건을 넣어야 하는데 이러면 보기에도, 쓰기에도 불편하다. 서랍처럼 상자째 꺼내서 쓰 편하다. 다시 사려면 은근히 비싸니, 물건을 다 수납하고 남으면 그때 버리면 된다.


왼쪽 상자 뒤에는 보일러 배관이, 오른쪽 상자 뒤에는 우수관이 있다. 필요할 때 상자 째 빼면 뒤를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는 서랍처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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