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이 들어간 책들을 정독한다. 이분들은 간소한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불필요한 물건 싹 버리고 거의 무소유 상태로 작은집으로 가셨다. 필요한 물건 자체가 심하게 없으시다. 어떤 분은 전기도 안 필요하시다. 나 같은 사람이 범접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필요한 물건은 많은데 이사 갈 집이 너무 작아 안 들어가서어쩔 수 없이 비워야 했다는분은 안 계시다. 정리정돈에 대한 주옥같은 책들도 많다. 유용하다. 다만, 거기나오는 우리 집도 아닌데 이상하게 내 마음까지 개운해지는비포 애프터 사진은 같은 공간에서 물건을 많이 덜어냈을 때의 이야기라는 거다.
나중엔 집이 울릴 정도로 많은 물건을 비워냈지만, 남은 물건을 작은 집에 처음 가지고 왔을 때는 다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사가 끝났는데, 두루마리 휴지가 화장실 세면대에 들어있었다 하지 않았는가.어느 정도 줄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집에 있는 거 모두 다 집어넣고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 다니며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기는 필수다. 나아가 작은 집에서도 여유 있는 공간을 원한다면, 엄청나게 버려야 한다.
1. 실공간이 얼마큼 작아지는지, 냉정하게 계산한다
몇 평에서 몇 평.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축인지 구축인지, 아파트인지, 주택인지, 오피스텔인지세부 조건에 따라 공간 차이가 많다. 현재 집과, 이사 갈 집의 도면을 찾아, 같은 비율로 줄여본다. 이사 갈 집 도면을 현재 집 도면 위에 포개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현재 집 현관에서 거실까지 크기라던지, 지금 집에서 안방이 빠진 크기라던지, 실공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2. 가구와 가전을 큰 순서부터 '넉넉한 크기로' 넣어본다
가구 가전을 터무니없이 작게 그리면 안 된다. 오히려 너무 크다 싶을 정도로 그려 넣어본다. 가구와 가전을 사용하는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랍장을 넣었다면 서랍을 빼냈을 때까지의 공간까지 표시해야 하고, 식탁을 넣었으면 의자를 뺀 공간만큼을 계산해야 한다. 잘못 계산하면 냉장고 문이 반만 열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3, 가구와 가전이 다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제 '버리기' 시작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4. 가구와 가전의 우선순위를 매긴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매긴다. 책장, 화장대, 옷장 등 수납가구의 경우는 안의 물건을 얼마큼 비워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물론 우선순위는 개인마다 다르다. 허리가 좋지 않아 침대 생활이 필수라면 부피가 커도 침대를, 아이가 있어 책상이 있어야 한다면 책상을 앞 순위에 넣는다. 옷을 비우기가 쉽다면 옷장을,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화장대를 후순위에 넣으면 된다. 같은 용도의 가구가 여러 개 있다면 나누어 적는다. 책장 3개 중에 한 개는 꼭 있어야 한다면 책장 1은 앞에, 책장 2, 3은 후순위에 둔다.
팁) 지금 집에 있는 가구와 가전의 리스트를 작성하면 좋다. 리스트에 가로*세로*높이까지 기재해두면 매번 재는 수고를 던다. 우선순위도 적고, 어떻게 비울 지도 쓴다. 하나씩 비울 때마다 두꺼운 색연필로 줄을 긋는 쾌감도 쏠쏠하다.작성하면서 '가구와 가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가!' 하는 깨달음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가운데 줄은 비운 것/노란색은 지금 작은 집에 가지고 오기로 한 것. 노란 것 중 줄은 가지고 와서 버린 것
5. 도면에 우선순위대로 다시 가구와 가전을 넣어본다. 1-5까지만 들어간다면 6번부터는 비우는 것이라고 일단 결심해야 한다!! 그리고, 가구부터비워낸다
-여러 개 있는 것은 개수를 줄인다-책상이 여러 개라면 한 개만 가져간다
- 비슷한 용도라면 좀 더 활용도가 높은 것 하나를 택한다-김치냉장고와 냉장고가 있다면, 활용 빈도를 보고 좀 더 많이 쓰는 것 하나를 가져간다
- 이왕이면 부피 큰 것을 버린다-다른 책에도 많이 나오지만, 침대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계산해보면 '얘가 사람보다 공간을 더 많이 쓰네!'싶다. 이불 넣을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침대에 비할 수는 없다.옷장(10자 장롱 등)은 작은집의 벽을 다 가릴 수 있다. 옷을 많이 비울 생각을 하고 10자 중 반만 가져간다 하는 식으로 최대한 줄인다.
- 큰 소파는 심사숙고한다-매장에서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집에 배송된 소파 크기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큰 집의 소파는 작은집에 가면 '소파가 주인이냐'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정말 필요한데 도저히 자리가 안 나서 작은 것으로 사야겠다면, 그 자리도 일단 크게 그려본다
6. 비우는 방법을 정한다
가구와 큰 가전은 버리는 데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든다. 이사 가는 날 모든 것을 다 빼서 스티커를 붙여 버리고 갈 것이 아니라면, 미리미리 이들부터 처분해야 한다. 지인에게 주기, 중고 판매, 버리기 중 하나씩을 가구별로 정한다. 나는 물건을 아주 깨끗하게 써서 이 많은 것이 다 버려진다는 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중고 판매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특성상 집 안으로 들어와 가져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가능한 하지 않았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가구는 스티커를 붙여 이삿날 한꺼번에 버렸고, 큰 가전은 폐가전 무료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 이사 며칠 전 다 뺐다. 상태 좋은 것들은 필요로 한 3명에게 주었다.
- 마침 그 시기에 작업실을 꾸미기 시작한 동생이 작업실로 많은 가구를 가져가 주었다.
- 아이가 쓰던 가구 등은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장 친한 친구가 가져갔다. (별로 안 필요했는데 분명 나중에 필요하다고 강요한 것도 있다)
- 소파, 책장, 에어컨 등 정말 처분하기 힘든 큰 것들은,마침 신혼 때부터 15년을 한 집에 살면서 낡은 가구를 바꾸고 싶은데몇 년 안에 새집으로 이사 계획이 있어 새로 살 수도 없다는 친한 언니와 필요가 딱 맞았다.취향에 맞는 가구를 골라가라 했는데 정말 많이 가져가 줬고, 에어컨은 후하게 값을 쳐주었다.
이 세 사람 모두, 새것을 사줘도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들도 바쁜 일정을 쪼개서 수시로 우리 집에 와서 짐을 덜어가 줬다. 그때마다 내 마음의 짐도 같이 덜어졌다.
친한 언니는 우리 집 이사 직전 주말에 아예 용달을 불러 실어갔다. 이제 집이 울린다
그리고,가구를 버리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가구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다 비우는 것이다. 가구를 빼는 것도 힘들지만, 그 안의 물건도 만만치 않다. 물건을 빼다 보면 깜짝 놀란다. '이 가구 정말 잘 만들었다. 어쩜 이렇게 수납이 많이 될까!'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