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영 Jun 27. 2022

19. 나는 행복한가?


  인더스 강가에 한 수도승이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었다.

  ' 어디로 가느라 저렇게 쉼 없이 흐르는가. 내 인생의 흐름은 어디쯤까지 왔을까?'

 그때 한 장님이 지팡이를 투닥거리며 어디론가 가다가 더위를 식히려는 듯이 앉았다.

 수도승이 물었다. "노인장은 어디를 가는 길이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여기가 강가라 해서 바람을 쏘이러 나오곤 하지요. 당신은 눈이 보이는 분이겠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 수도승은 괜스레 미안한 듯이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 눈을 다쳤는데 치료를 못 받아서 이렇게 암흑의 세계에 갇혀 살게 되었지요. 세상을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 할까 싶습니다. 신이 나에게 눈을 뜨게 한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

 잠시 후에 또 한 명의 나이 든 여인이 땀을 훔치며 좀 떨어져 강물을 보며 앉았다.

 수도승은 그 곁으로 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으나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한다. 다시 한번 물어도 들은 체를 안 한다. 이상해서 앞으로 가 물었더니 손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아, 말을 못 하는구나.' 하고 전에 조금 배웠던  수화로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 여인은 "나는 말을 못 하니 멀리는 다니지 못합니다. 이 아래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지요."하고 한숨을 쉰다.

 "그렇군요. 이곳은 참 좋은 동네 같군요. 그래서 이곳을 지나다가 며칠을 머물고 있답니다. "

 "그러세요? 나도 말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을 다 돌아다니고 싶은데 그래도 볼 수 없는 것보다는 낳겠죠? 기적이 일어나서 말을 하는 꿈을 가끔 꾼답니다. 정말로 그러한 기적이 일어난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젊은 여인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앉아서 빵을 먹이고 있었다. 수도승은 아기도 아닌 아이에게 왜 음식을 먹여 주나 궁금해서 가까이 가 보았다. 그 아이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나 보통 아이들보다 행동이 부족해 보였다.

 이것을 본 수도승은 아이도, 그 엄마도 너무나 불쌍하여 그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 주었다. '신이시여, 이 불쌍한 모자에게 행복한 삶의 길을 열어주십시오.' 아이 엄마는 그것을 눈치챘는지 합장을 하며 고맙다는 표시를 하였다. 아마도 아이 엄마는' 아들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치겠나이다.'라며  기도 할 것이다.


 아까부터 커다란 가방을 옆에 둔  젊은 청년이 이러한 수도승의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수도승은 그 젊은이 곁으로 가서 이야기를 했다.

  "젊은이, 젊은이는 참 행복한 사람이오. 신체적으로 정상이고 게다가 힘도 세게 생겼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소?  저들처럼 볼 수도, 듣고 말할 수도 없고, 또 말하고 볼 수 있으나 세상의 이치를 제대로 터득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구려.  젊은이 같은 사람은 노력만 하면  무엇인들 못 이루겠소. 젊은이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소? 그러나 신체적으로 정상이라 해서 다 참다운 인간이라 할 수는 없다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그것은 몸이 불구인 것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오."

 그 말을 듣자 한 참 동안 강물을 바라보는 눈에 이슬이 맺히더니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는 여러 가지의 옷이며  먹을 것이 가득했다. 모두 새것이었다. 청년은 이것을 꺼내어 모두 이 불쌍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영문을 모르는 이들은 부자 청년이 좋은 일을 하는구나 하고 고맙게 받았다. 다 주고난 청년은 수도 승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어디론가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청년은 '그래,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이제까지 나만 불행하게 태어난 줄 알고 부모를 원망하며 살았는데 그것이 아니었어. 앞으로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 거야.'

 아주 오랜만에 청년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흐르고 빛이 났다. 하늘을 쳐다보니 태양은 청년을 따라오며 비추어 주는 것 같았다.

 그 가방의 물건은 도둑질한 것이었다.


이전 18화 18. 고개 숙인 할미꽃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