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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Jul 07. 2022

20.  '참 나'는 어디에 있을까?


 아! 이제야 비로소 가면을 벗는구나.

 아주 홀가분하게 오롯이  '나'가 되어 먼 길을 가련다.

 그곳에 가면 말간 하늘 아래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홀홀히 내가 좋아하는 꽃을 찾아가리라.


 유년기 이후 나는 가면 속에서 갑갑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누가 시킨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답해야 하나?

 세상이?  모르겠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제껏 내가 진실의 얼굴로 살아본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온종일 가면의 얼굴은 웃음을 띄우고, 고개를 숙이며, 마음에도 없는 정중한 말을 하며 지친 진실의 얼굴을 감춘다.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가면을 벗고 밤하늘의 별들과 진실의 말을 나눌 수 있다.

 왜냐고?

 아빠이니 아이 앞에서 의젓하고 강건해야 하고, 아들이니 노 부모 앞에서 공손하고 편하게 보여야 하고, 남편이니 부드럽고 건장해야 하고, 또 일터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숙여야 하며,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존경받을 행동만 해야 한다. 

 가면 속의 나는 너무 힘든 일들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없다.

 언제 이 위선의 가면을 벗고 '참 나'로 가벼운 발걸음을 할 수가 있을까 늘 궁금했다. 

 아마도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죽기 전에는.

 

 '아니, 살아 있을 때에 한 번쯤은 나도 거리낌 없이 다 버리고  '나'로 살아보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밀려왔다.

 그래 무인도에 가리라. 그곳에서는 옷도 걸치기 싫으면 안 입을 것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거짓 웃음을 짓지 않고 슬프면 울어도 된다. 그리고 누구의 꾸짖음도, 누구의 잔소리도, 또 그 누구에게 예의를 지킬 일도 없으며, 그 무겁디 무거운 책임도 없으리라.  

 

 그곳에 가면 행복할까?

 그러나, 아니다. 

 지금의 나는 그곳에서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는 가면을 쓰고  많은 일을 저질러 놓았기 때문에 그것들은 나의 어깨를 짓누르며 무인도에까지 따라붙는다. 부모, 아내와 자식, 내가 이 세상에  있는 한 저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육신이 사라지고 매미 껍데기 보다도 가벼운 영혼만이 하늘하늘 떠 다니면서도 보살펴야 할 것 같은 존재들.


 헤일 수 없이 많은 밤에 '참벗'이 되어 주었던 별들, 이제 별나라로 떠밀려 갈 수밖에 없는 길목에 들어서야 비로소 가면이 벗기어진다.

 결국은 나 스스로 벗어버릴 용기를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채 벗김을 당하고 마는구나. 

 비록 그럴지라도  온몸은 가벼운 깃털과 같아지리라. 그리하여 하늘을 향해 훠얼훨 나르리라. 

 홀로이.


 그런데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리며 외로움이 왈칵 다가온다. 

 눈물이 흐른다. 육신의 마지막 눈물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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