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이 Hay Mar 25. 2022

사막에서 히치하이킹을?

그레이 노매드(Grey Nomad)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도로의 이미지이다.
속도제한 시속 130킬로의 스튜어트 하이웨이.
퀸즐랜드에서 스튜어트 하이웨이 들어서는 갈림길.

퀸즐랜드 주(Queensland: 호주 동북부의 주) 북부에서부터 일주일 남짓, 몇 번의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거쳐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 오스트레일리아 중부지방의 중심지)*에 도착했다.

사실 데인트리 열대우림(Daintree Rainforest)에서부터 'ALICE please'라는 사인보드를 내걸었을 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운전자들도 더러 있었기에 막상 다윈(Darwin: 호주 북부 도시)과 앨리스 스프링스의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는 묘한 성취감에 감추지 못할 웃음이 자꾸 입가에 삐져나왔다.


다윈, 앨리스 스프링스를 지나 포트 아거스타(Port Augusta: 남호주의 도시)를 잇는 스튜어트 하이웨이(Stuart Highway)는 속도제한이 시속 130킬로인 호주의 아우토반(Autobahn)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차들이 쉽게 서주질 않았다.

호주에서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호주 중북부의 연방 직할지)는 원주민(Aboriginal)들의 분포가 제일 많은 곳인데, 그들에 대한 호주민(원주민이 아닌 이주민)들의 인식이 별로 좋지가 않다. 그래서 아마도 히치하이킹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작은 울루루라 불리는 데빌스 마블스(Devil's Marbles).
운석이 자주 떨어지는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우주인을 봤다는 사람이 늘어남에 그에 따른 이미지를 형상화한 관광형 전시관이 생겨났다.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로드하우스에서는 꼭 쉬어주는 게 좋다.

테넌트 크릭(Tennant Creek: 호주 노던 테리토리에 위치한 마을)까지 갔다가 더 이상 내려가는 차가 없어 타운 외곽 교회에서 하룻밤 캠핑하고 다음날, 두 차례의 히치하이킹을 통해 비로소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했다.


서둘러서 오다 보니 중간중간 구경할만한 곳도 다 스치듯 와서 아쉽기도 했다.

히치하이킹은 차에 태워주는 사람에 맞춰 움직이느라 자유롭지 못한 단점이 있다.

앨리스 스프링스 들어가는 입구와 전경.
큰 돌산 사이에 난 길은 울루루 가는 갈림길을 지나 남호주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이므로 빅토리아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필히 지나야하는 길이다.
앨리스 스프링스는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일 큰 도시이며 많은 애보리진(Aborigine: 호주원주민)의 문화가 녹아들어간 곳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중고숍(opportunity shop: 줄여서 op shop이라고 함)은 하나의 문화이다. 옵숍에서 구매한 엽서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는 캠퍼메이트(CamperMate: 호주, 뉴질랜드의 여행어플)를 통해 미리 알아본 캠핑장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준비하기 전에 다음날 이동할 경로를 체크해 보았다.

히치하이킹하기 좋을 만한 곳도 찾아볼 겸, 해 질 무렵의 주변 경관도 살펴볼 겸, 좀 걸었다.


1년에 다섯 차례 정도 비가 내린다는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Central Australia: 앨리스 스프링스를 중심으로 한 노던 테리토리의 5개 지역중 하나)의 앨리스 스프링스를 가로지르는 강이 하나 있다. 이미 말라버린 이 강에서 보트 라이딩(Boat Riding)을 하는 축제가 있는데, 강에 물이 없으니 사람들이 보트를 들고뛰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고 여기까지 리프트(lift: 라이드) 해준 분이 말해준 게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식사 후엔 캠핑장의 다른 캠퍼들과 맥주를 마셨고, 그중 한 명이 내게 여행 사진을 보여 달라며 다가와 옆에 앉았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고 말했고, 내가 여행 사진을 보여주는 내내 내 다리를 더듬으며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난 게이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를 외면하긴 힘들었다. 그가 슬퍼 보였고,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동성애자들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좀 더 자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타는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볼 수 있지만 타조과의 이뮤는 호주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사막의 캠핑장 전경.
사막에 뜬 은하수와 자넷.
울루루가는 갈림길에 있는 로드하우스.

울루루(Uluru-Ayers Rock)라는, 호주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커다란 돌산에 가려고 히치하이킹하다가, 남쪽으로 향하는 빅토리아주 주민 자넷(Janet)을 만났다.

울루루로 가던 중간 캠핑장에서 자리를 잡고, 사막에서 물들어가는 노을을 감상했다.

비가 한번 내릴 때 2-3일씩 오고 황토색으로 덮인 모든 걸 씻어내 온 세상의 색깔을 그린(Green)으로 바꿔버린다는데, 1년에 다섯 차례 정도라니 오직 선택된 자들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일 것이다.


자넷은 내게 캠핑장의 노부부가 추위를 피한 뒤 봄이 오는 시기에 맞춰 천천히 남쪽으로 향하는 빅토리아 주(Victoria: 호주 남동부에 있는 주) 사람들이라고 했다. 주위에 하나둘씩 돌아가시는 분들이 생겨나면서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는 거라고 하는데, 6개월째 하는 여행이 좀 지쳐 이제 쉬고 싶다고 말한 노부부는 자신들과 같은 이들을 그레이 노마드(Grey nomad)*라고 소개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est Gump)에서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잃고 달리기를 시작하다 어느 순간 멈춰서 돌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멈춰 설 때를 아는 것.’

이후, 울루루 가는 갈림길인 간(Ghan)에서 6시간 정도 히치하이킹하려고 서 있다가 그 생각이 나서 앨리스 스프링으로 돌아갔다.


자넷은 내게 반복해서 말했다.

"You must go and ask."

이 말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됐다.

테넌트 크릭 외곽교회의 하늘에 걸린 남십자성.

또, 그녀는 만약 히치하이킹하다가 테넌트 크릭에서 막히면 경찰서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는데 이후 다윈으로 올라갈 때, 정말 자넷의 주문처럼 테넌트 크릭에서 멈춰졌고, 난 그녀의 말대로 경찰서로 가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경찰관은 난감한 얼굴로 경찰서에다 텐트를 치게 할 수는 없다며, 타운 외곽 쪽으로 가면 텐트 칠만한 곳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전에 캠핑했던 곳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몇 시간 히치하이킹했다고 가게에서 저녁거리를 사는데 마을 사람들이 죄다 알아보고 힘내라고, 내일은 꼭 목적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줘서 기분이 업됐다.

다윈으로 가는 길

또, 누군가가 내일도 내가 여기서 계속 다윈으로 가는 차량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가 다윈까지 리프트 해준다고 했는데, 그가 정말 약속을 지켜 다윈까지 데려다주었다.

다윈에선 한 여류작가가 시내까지 태워줬는데, 그녀가 해준 말 중,

“When people get losing their curiosity, it's warning to death-사람들이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것은 곧 죽음의 경고입니다.”라던 그 말에 공감한다.

그것이 아마 내가 히치하이킹을 계속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타나미 사막을 히치하이킹할 요량으로 사막이 시작하는 애보리진 마을인 유앤두무(Yuendumu) 인근의 캐틀스테이션(Cattle station)*에서 5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히치하이킹(hitchhiking): 여행, 특히 무전여행에서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차를 타려고 하는 행동이다.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히치하이킹의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도로변에 서서 팔을 도로 쪽으로 뻗고 엄지손가락을 든다-위키백과.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 앨리스스프링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노던 준주에 있는 도시이다.「The Alice」라고도 불린다. 인구는 28178명 으로, 북부 준주에서는 주도인 다윈 다음으로 2번째로 크다. 예부터 이 땅에 거주하는 애버리진, 아렌티 족은 이 땅을 Mparntwe 라고 부르고 있다-위키백과.


*그레이 노마드(Grey nomad): ‘그레이노마드’라는 말은 수주에서 수개월 또는 몇 년에 걸친 장기 여행을 즐기며 살아가는 은퇴 노인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97년 호주 제작의 다큐멘터리 ‘Grey Nomads’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대중화된 것으로, 당시 이 다큐멘터리는 캐러밴을 이용해 여행하면서 곳곳의 캐러밴 파크에 임시 주거지를 마련해 한 동안 지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는 은퇴 노인들의 색다른 삶을 다룬 것이다-호주한국신문.


*캐틀스테이션(Cattle station):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가축 사육장은 대규모 목장이며 주요 활동은 소의 방목이다. 가축 사육장의 소유자를 grazier(방목자)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축 사육장은 23,677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차지하는 남호주의 Anna Creek Station이다-위키백과.

이전 02화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