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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 Hay Mar 18. 2022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

골드코스트-히피의 고향

한국 선교사님의 팜(에어비앤비).
히치하이킹중인 일본인 자원봉사자

한국인 선교사분이 운영하는 팜에서 생활하는 동안 근처에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라는 꽤 전통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를 떠올리며 막연 기대만 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같이 생활하던 일본인 자원 봉사자 한 명 있었는데 뭔가 좀 꽉 막히고 답답한 친구라 쉬는 날 한번 가까운 해변인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로 히치하이킹 같이 나가자고 제안을 했다. 별로 마다할 핑곗거리가 없었던지 순순히 따라나선 그를 데리고 몇 번의 히치하이킹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그 친구 전화기(아이폰)를 놓고 내렸단다. 일어설 때 잊은 물건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전에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단 꾸려 갔을 때, 여권 챙기라고 그렇게 얘기했어도 졸다가 비행기에 놓고 내렸던 녀석이 떠올랐다.


벌어진 일에 대해선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출발지가 번화하지 않은 곳이고 우리처럼 당일치기로 선샤인 코스트 나들이 다녀오는 사람들일 수도 있으니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만날 수도 있다며 그를 달래고 조금 걷다가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는 우연처럼 우리를 태운 사람을 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차를 세웠다. 그들도 히로(일본인 자원봉사자)의 전화기를 찾아주려고 애썼던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막연한 기대가 있긴 했었지만 정말?


행운은 이어졌다.

마지막 히치하이킹 때, 크리스탈 워터스 커뮤니티 사람이 우리를 태웠는데, 지금 있는 팜에서 자원봉사 끝나면 그쪽에서 좀 생활할 수 있냐고 까놓고 물었더니 바로 오케이 해서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커뮤니티 안내, 커뮤니티 만찬과 영화 공지
커뮤니티 식당

금요일에 있다는 커뮤니티 만찬(Community Meal)에 초대를 받고, 난 그날 배식봉사를 했다. 배식봉사나 식사 후 청소, 설거지를 하면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무료 식사 혜택보다는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봉사했다.

그날 이후, 거의 모든 커뮤니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자전거 타고 크리스탈 워터스 가서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액세서리 만들며 놀고 있었는데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동양인이 드문 이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느닷없이 커뮤니티 만찬에서 배식을 한다?

그들의 이방인에 대한 첫인상은 경계심과 배타심이 아닌 호기심과 호감이었던 게 분명했다.

하여튼 난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 크리스탈 워터스 주민들로부터 넘치도록 환영을 받은 것 같다.

숙소
부엌 및 주방시설, 전경
음식으로 한국을 어필하던 노력의 흔적들.
할머니가 되었어도 레긴의 지금의 모습에서 이전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크리스탈 워터스의 첫 번째 호스트는 선샤인 코스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를 태운 리아(Rhea)의 어머니인 레긴(Regen)이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손 글씨로 지인의 생일에 축전을 보내는 사람이다. 눈빛도 또렷하고, 말도 직설적인 편이라 오해를 쌓질 않았던 게 제일 좋았던 것 같다.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레긴의 말에 지내는 내내 집같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있었던지 자신이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던 영화와 드라마를 공유해 같이 보게 되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여서 삐져나오는 하품을 꾹꾹 눌러가며 끝까지 시청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이영애가 나오는 '사임당'이었다.

집 짓는 일을 돕거나 정원 일이 주된 과업이었지만, 레긴이 몸이 안 좋은 듯 자주 누워 있어서, 밥 차려드리는 일이 잦았다. 레긴을 대신해 집안일을 하는 게 요양보호사의 일과 비슷했다.

레긴의 집앞 전경과 정원을 찾아오는 새들.
한달 한번 열리는 로컬마켓은 낮에는 교류의 장이고, 밤에는 축제의 장이다.

크리스탈 워터스에서 한 달에 한번 로컬마켓이 열리는데 이날은 축제의 날이다.

커뮤니티 내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이날은 누가 뭘 하는 사람인지, 그 정체성이 드러나는 날이기도 하다. 한 달 동안 작업한 그들의 생산품을 서로 뽐내듯이 늘어놓고 판매한다.

시장이 주는 생동감도 좋았지만 이웃끼리의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교류를 한다는 의미가 더 좋았다. 레긴은 이것을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라고 했다.

물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다. 내내 은둔자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개성넘치는 작업공간, 살아가는 공간

크리스탈 워터스, 재능 있는 사람이 넘치는 곳, 그 재능을 돈으로 바꾸어야 가치가 생긴다는 누군가의 관점과는 달리, 같이 나누면서 그냥 사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난 그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누구의 삶이 다른 이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형태로 서로 존중하면서 그냥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커뮤니티 만찬 때, 크리스탈 워터스 오기 전에 브리즈번(Brisbane: 퀸즐랜드의 주도)에서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을 통해 나를 호스팅 했던 피터(Peter)가 게스트들과 함께 찾아왔다-그는 내가 크리스탈 워터스에 들어왔다고 했더니 흥미를 보였었다. 피터는 아마 크리스탈 워터스를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게스트들에게 이런저런 재밋거리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피터는 진정한 호스트가 맞다.

커피숍에 내가 만든 악세사리는 기부했더니 주인은 그걸 메모와 함께 걸어두었다. 친구에게 받은 스톤은 구리선으로 꼬아 귀걸이를 만들어 보았다.
크리스탈 워터스내에 캥거루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고, 사람사는 집까지 찾아와 먹이를 구하는 캥거루도 있었다.
크리스탈 워터스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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