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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Aug 28. 2023

육아/교육 조언을 얻었던 사람들

직장맘의 육아일기


아이 키우기 위해 육아서를 잔뜩 읽고 손품을 많이 팔았다고 적은 적이 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잠자는 시간 외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서 일을 해서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산후조리원부터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유치원, 이웃, 학교, 학원, 때에 따라 영재원 등 엄마들 모임이 계속 이어지면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이런저런 정보도 듣게 된다. 그러다 절친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엄마들 모임에 함께 하고 싶기는 했지만 주중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했고 이런 모임은 주로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이루어지므로 아예 포기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제주로 보내면서부터 '엄마들 모임'에서 나 스스로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20년 세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되면 오히려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학원에, 입시 컨설팅에 맡기게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육아책, 교육책, 인터넷을 찾아 읽었다.

육아책, 교육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실천을 하면 되기는 하는데, 이상적이면서 두리뭉실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럴 때 가끔 엄마와 아이의 입시 경험담 책이 도움이 되었다. 일종의 '실천 편'이었다.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일을 해 낸 부모, 아이들이라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다는 못해도 시늉을 해 봐도 좋겠다 싶었다.

학부모 카페 같은 경우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해 주고 있었다. 같은 또래 아이들 부모의 고민도 알 수 있었지만 이미 그 시기를 거쳐간 분들의 과거 글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고민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가볍게 쓴 엄마들의 질문이라도 내가 바랬던 엄마들 모임의 내용과 다를 바 없어서 주기적으로 내용을 서치했다. 그렇게 쭉 읽어나가다가 댓글에서 '고수의 향기'가 풍기는 분의 글이 나오면 이분의 글을 다 찾아 읽으면서 육아/교육 노하우를 익혔다.

그래도 션과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 친구 엄마들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이들을 보며 느끼는 점도 많았다. 잘 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이라서 일단 학습의 속도감이 달랐다.


그러면 그동안 내가 도움받았던 사례를 다시 정리해 보자.


1. 1순위는  육아/교육책이다.


션 태어나기 전 세권 읽기 시작해서 션 유아기 때까지 150여권을 읽었다.

취미로 이리 읽은 건 아니고 궁금한 건 많고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책을 한두 권 읽기 시작하다가 저리 권수가 늘었다.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은 책도 있지만 진심으로 궁금해서 찾아 읽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책 권 수나 점차 늘어난 것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뉴스를 보는데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닌다며 초5학년 아이를 인터뷰를 한다. 그전까지는 나도 속 사정 모르고  "쯧쯧 애들을 혹사시키네" 했던 것 같은데, 그 아이는 눈이 반짝반짝해서 자기는 어떤 꿈이 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공부하는 게 너무 좋다고 대답했다. 이때가 2000년도 초반이었고 아마 밤 12시, 새벽까지도 학원가가 불야성이어서 그 이후 정부에서  학원가에 10시까지만 수업을 하게 규제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인터뷰를 보고 두 가지가 떠올랐다. (1) 초등학생이 밤 10시에 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2) 그 시간까지 공부하는 아이들 중 자기가 원하는 경우가 있다는 일종의 충격?

그래서 현재 교육과정이 어떻게 되어있길래 초등학생부터 이리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 읽다 보니 국립/사립 초등학교 책, 초등학교 이렇게 보내라 등의 책을 거쳐 영재원도 알게 되었고, 국제중, 특목고 책을 거쳐 입시 책까지 연결되었다.

중간에 국내 입시로 가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린 책들도 있었다. 교환학생, 조기유학 책도 있었고 국내에서 해외 명문대로 진학한 책도 있었다.

이렇게 입시 계보에 해당하는 책들을 역으로 올라가서 죽 다 읽고 나니, 그제야 초 5 아이가 왜 눈이 반짝이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아이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그 수준이 어떤지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옆에는 어린 션이 해맑게 웃으며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레고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길이 있으니 션의 성향을 잘 관찰해야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제 옷에 맞는 길을 선택해야 초5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자기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라고 하는 또 다른 옵션은 없을 때였다. 상상도 못했지.. 제주로 보낼 줄은)


오래전 글을 보면 부모로서 반성, 다짐, 자아성찰을 한 듯한 글도 종종 보인다.

(부끄럽지만 션 3,4살 무렵 쓴 글이 하나 가져와 본다.)

* 육아 경험 0년차로 다시 시작합니다.


2. 나와 다른 성향의 엄마들


잘 모르면 오히려 더 불안하다. 그래서 궁금하면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이왕 알아보는 거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니 책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아니 내 주변에서는 나 같은 경우는 희귀한 게 아니라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직/간접 경험이 풍부한 엄마들이 많았다. 둘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첫째 아이 경험도 듣지만 큰 아이 친구 중 션과 유사한 성격의 아이들에 대해 알려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당장, 또는 1, 2년 후 무엇을 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러다가 나와 다른 성향의 엄마들, 특히 학원을 정말 잘 이용하면서 노선이 확실한 엄마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분들은 엄마의 역할과 선생님의 역할을 구분하고 있었으며 아이에게 잘 맞는 좋은 선생님을 찾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지, 직접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분들은 소위 말하는 고급 정보가 많았고 이분들과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듣는 것만 해도 '빠르게 달리는' 노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분들에게 들었던 말 중 "수학 좀 신경 써(초1 때)", "책과 공부는 달라(7세 또는 초1 때)", "교육에도 신경 좀 써(초등 때 가끔씩)", "제주에 자주 와서 애 만나고 가(중1)" 가 있다.  

내가 워낙 션과 잘 놀아주고 엄마표도 하고 있으니 이런 모습을 본 대부분은 좋은 엄마라고 칭찬을 했으나 본격적인 학업에 들어선 저분들이 보기에는 '데뷔 못한 연습생'이었던 것 같다. 저 말들이 섭섭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웠다.


실제로 저 말을 듣고 내가 다시 교육책을 파고든 다음, 션에게 잘 맞는 방법 찾아서 시도를 해 봤으니까.

그중 하나가 초2부터 션이 드디어 학습지를 하게 된 것이고 이후 쭉 진도를 나갔다. 션도 잘 따라와 준 것도 있지만, 그전에 수학 계보, 수학 학습지/문제집들을 또 미리 사전 조사해서 션이 어떻게 하면 쉽고 지치지 않게 잘 해 나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4. 무작정 연락한 사람들  


나도 누군가의 경험을 읽다가 그분을 대면/유선으로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4-1.

한 번은 초등학교 입학 전, 초등학교생활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인상 좋은 댓글 달아주신 해당 학교 부모님이었다.

워킹맘의 비애를 겪던 시절이고 내가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꼭 해야 할 게 있다면 경험 듣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걱정 말라고 하시며 남자아이니까 학기 초 반에서 축구팀 만들 때 꼭 함께 하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리했다.


4-2.

두 번째는 제주 보내려는데 이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주변 수소문해서 만난 사람들이다.

먼저, 졸업생 엄마와 연결 (재학 중 부모보다 졸업생 부모가 훨씬 더 객관적인 평을 해 줄 거 같았다. 사람도 한 번 만나서 알 수 없듯, 학교도 1, 2년 다닌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었다. 이때 NLCS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 졸업생이 나왔는데 이분이 '좋은 학교'라고 자신 있게 말씀해 주셨다. 좋은 학교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분의 교육관과 가치관이 극성스럽지 않기에 마음에 들었다.


또 만난 사람은 Nlcs 졸업생이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데 엄마의 의견보다 아이의 경험과 느낌이 더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남학생을 만났다. 학교생활은 즐거웠는지, 학교와 교육과정에 대해 어떤 점을 조언해 주고 싶은지, 학원이 필요하지, 그리고 자녀 입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에게 어떤 점을 바랐는지 등을 물어봤다.

어찌나 반듯하고 친절한 학생인지 내가 뿌듯할 정도였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모/자식 간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특목고 나와서 유학을 다녀온 신입사원' 한 명 붙들고 이야기했다.

션도 제주 보내기 전까지 영재고를 희망했기 때문에 이후가 궁금해서이다. 이 신입사원은 특목고를 나와서 1년을 준비 후 유학을 다녀와서 다시 국내 취업을 한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두루두루 주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물어볼 것 이 많았다.

일단 현재 기준으로 특목고 나와서 국내 대학을 진학한 친구들과 해외 유학을 한 친구들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감과 가능성의 차이'라고 했다. 해외 유학을 한 친구들은 자신의 선택에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세계 어디에서 일하든 구애받지 않고 결정한다고 했고, 국내 대학 친구들은 '일단' 국내에서 선택의 폭을 좁혀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너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으냐고 하니, 기회가 되면 다시 나가서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파 신입들과 다른 눈빛이다.


초 6 때 엄마가 엄마가 아난 학부모로써 해 줄 수 있는 최대 선물은, "션이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Pool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입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기서 환경은 나를 둘러싼 사람도 있다. 이왕이면 열정 있고 미래지향적 친구들이 많은 곳에 보내면 알아서 잘 하겠구나 싶었다.


4-3.

세 번째는 션 고1 말 무렵 입시 2년가량 앞둘 때, 일은 너무 많고 션은 더 이상 내가 해 줄 게 없고, 학원 정보도 대회 정보도 모르겠고 막막해졌을 때였다. 디베이트는 더 하고 싶어 하나 국내는 디베이트 고등부 대회가 사라졌고, 수학도 션이 혼자 하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인터넷 뒤져보다가 댓글에서 어떤 분이 눈에 띄어서 무작정 뵙자고 했다. 이분이 사정이 있어서 통화는 가능하다고 하셔서 고맙게도 1시간가량 통화를 했다.

그때 이야기하다가 HMMT 도 나왔다. 올해 실력 키워서 내년 보내려고 한다고 했더니 가능하면 지금 보내라고 하셨다. 대화를 결과만 얻으려고 하지 말고 과정에서 배울 수 있게 하라고 하셨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회이다 보니 가서 보고 배우는 것이 분명 있다고 했다.

바로 실천에 옮겼다. HMMT 마감일이 코앞이었는데 부랴부랴 등록하고 국가대표되어서 바로 떠났다. 과거 수상실적 덕분이었다. 션은 이 대회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왔다. 수학천재도 만나보고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만나보고 세상이 넓다는 것도 배운 듯하다. 무엇보다 여기서 시작된 소중한 인연이 많아서 이후 몇 년간 이어졌다.


이분은 입시 1년 앞두고 또 한 번 통화를 했다. 역시나 1시간 동안 시간을 내어 주셨다.

이때는 이분 자녀 입시 과정을 설명해 주셨는데 엄마의 섬세한 배려에 감동을 했다. 앞에서 잡아끄는 엄마가 아니라 지켜보고 대화 나누고 보듬어 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당시 내가 들은 조언은 "학교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생을 찾으니, 비슷한 그룹의 학교에서 어디라도 붙게 되어 있다. 원했던 A 학교 떨어지고 B 학교 붙었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같은 레벨의 학교이고 오히려 B 학교가 훨씬 더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였다. 

그래서 1년 동안 션을 격려에 격려를 해 주었고,  혹시나 결과가 안 좋아도 괜찮다는 말도 계속했다.


5. 평범한 사람들


바로 어머니, 남편, 보통의 아이를 둔 보통의 부모님, 보통의 직장동료들이다.

아이들 성향, 기질, 재능은 다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션이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학습능력은 뛰어난 편이고 호기심도 특출나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도 잘하고 끈기도 있다. 반면 부족한 면도 많다. (션이 이 글 읽으면 투덜거릴 테니 빼자. ㅎㅎ)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아니라 '학부모'가 된다.

학생이다 보니 공부가 중요해 지니 당연하다. 그런데 아이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학습에만 초점을 맞추면 부작용이 생긴다. 공부를 못하는 경우 본의 아니게 실패와 패배가 각인되고, 공부가 평균일 경우 열심히 해도 도저히 안되는구나 하고 한계를 그어버리며 자신의 재미와 관심보다 안정적인 길을 하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오히려 최악이다. 괜한 우월감에 능력주의가 생긴다. 인성 나쁜 엘리트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많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도 이를 주로 다룬다.


[책]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리뷰 


그런 부분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가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부터 아이에게 바른 자존감,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잘 대해 줘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신체, 정서 발달은 자기 나이의 평균 성장 속도를 따른다. 공부를 잘한다고 이런 발달도 훌쩍 뛰어넘을 수 없다. 오히려 간과하기 더욱 쉽다. 이럴 때 주변의 이야기 잘 귀담아듣고, 주변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공부 한자 더 시키겠다고 인성이 자랄 기회를 뺏고 있는 건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는 소리다.

엄마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아니 내가 우리 아이 교육을 얼마나 챙기고 있고 잘 하고 있는데 저런 소리 해?라고 남편을 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 들을 때 잠시 머리 식힐 필요가 있다. 잠시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그 말이 맞는 경우가 많다.


하.. 짧게 적으려 했으나 또 길어졌다.  또 빠뜨린 내용이 있다면 슬며시 껴 넣어야겠다.


ps1. 앵? 다 적고 나니 3번이 없네?

ps2. 세상의 모든 인연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이리 적고 보니 션을 키운 건 저 혼자가 아니네요. 많은 분들의 노하우를 받은 덕분입니다. 그중 소화를 시킨 것도 있고, 몸에는 좋지만 너무 써서 뱉어낸 것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모든 조언과 글, 말들이 소중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워킹맘이라 사소한 한마디도 듣기 어려워서 허투루 버리지 않으려 해서 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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