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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Mar 11. 2024

누군가의 자기소개서 썰이 끼친 영향

(23.10.18. 발행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늘을 포함해서 5일 정도?




참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렇게 기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마음도 좀처럼 잡히질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이번에는 텄다고 생각해서 접을까 하다가도 이렇게 며칠이 남지 않으면 미친 짓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동안 독립출판하려고 적어놓은 글이 좀 있는데 조금 고쳐서 브런치북으로 만들어서 내버릴까 했다.




막 희망에 차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아무것도 안 되면 사람이라서 좀 허탈하기도 하고 12월에나 결과가 나올 텐데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글을 어떻게 어떻게 됐는데 자기소개서나 머리말과 후기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설명하는 글이나 글의 주제라든가 좀 담쌓고 있는 면이 있었다. 지금까지 적은 글도 적고 나서 주제와 제목을 정하거나 대충 정해놓고 그에 대한 생각을 늘여놓을 때가 많았으니까.






그러다 보면 우연히 자기소개서 글을 찾다가 어떤 일화를 본 게 기억이 났다.


그는 중국의 배우 유덕화 씨였는데 자기소개서에 특기를 아무거나 적어 넣었더랬다. 피아노, 유도, 검술, 아무 무술을 다 써넣었다. 왜냐면 어차피 위에서 검사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그래도 이렇게 하면 기회가 더 많아지겠지?’ 하면서 엄청 많이 적었던 모양이더라. 그런데 예능에서 찾아와서 검 휘두르는 걸 촬영할 건데 그 사람을 가르칠 사람을 찾고 있다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결단코 검술을 할 줄 전혀 몰랐다.




그런데 특기로 썼고 그 일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를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날 밤에 비디오 6개에서 7개 정도를 돌려보면서 배우고 그다음 날 가서 그 사람을 가르쳐야 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재능도 재능이지만 나는 그 배짱과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감탄하면서 봤다.




무술을 전혀 할 줄 몰랐어도 만약 본인이 직접 찍는 거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이건 남을 가르쳐 주는 일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알고 마스터해서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다른 사람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전혀 할 줄 몰랐는데 그날 바로 관련 비디오를 6개, 7개 돌려보면서 준비했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걸 정말 해낼 수 있을 거라 자신을 믿고 연습할 수 있는 멘탈이 대단했고 그러면서 다음날에도 다른 사람을 자신 있게 가르쳤을 그 뻔뻔함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그게 부족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대단하게 느꼈다. 처음으로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부러워도 저 사람은 저 사람이니까 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든지 “저 사람이니까 할 수 있었지. 나는 글쎄, 할 수 있을까? 좀 회의적이야.”라는 태도로 일관될 때가 많았는데.




나는 저 열정이 정말 빛나 보였다. 저 패기와 뻔뻔함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어제도 10회 브런치북 출판 수상작들을 어떻게 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훑어봤다. 솔직히 엄두도 안 나고 정말 잘 썼더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최대한 발휘할 생각으로 부딪혀보는 거였다.




아마 유덕화 씨도 최대한 급조를 해왔지만 하루 만에 한 것이니 정말 무술의 전문가들이 봤다면 그의 무술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른다. 무술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잘해 보였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자신감 있게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바쳐줬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일을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했다.




나도 누군가는 내가 잘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고 너무 못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고 또는 ‘나와 비슷하게 실력이 그냥저냥 하네.’하고 말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발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런 평가나 말들 때문에 내가 원하는 걸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 당연한 현상의 하나라고 보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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