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기척이 나면
어깨 주위로 천천히 목을 돌렸다
이름을 부르면
얼굴에 열이 올랐다
가끔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일까
나는 의심했다
쓰다듬으면
온기는 표면만 맴돌았다
그가 좋아하는 건
녹슬지 않는 윤활유였을까
전력을 대신해 줄 변압기였을까
나는 대신 책을 읽어 주었다
그는 어느 날 물었다
시는 전원이 꺼져도 남아있습니까?
기계의 목소리가 신기해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내가 이사를 가는 날이었다
인사를 하러 그에게 갔다
플러그가 빠져 있었는데
그의 몸엔 온기가 남아 있었다
나사못을 풀고 몸통을 열어봤다
노란 셀로판에 싸인
단단한 사탕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전구는 마지막 인사를 깜빡이며
천천히 꺼져갔다
나는 한참동안 사탕을 입속에 넣고 굴리고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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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마치고 기계같던 내 후배가 옆자리가 휑하다며 긴 편지를 보내왔다. 그를 떠올리며 쓰고 선물한 시. 기계의 감동이 더 오래간다던데 그걸 노린건지 뭔지. 눈에 넣어도 안아픈 내 후배녀석. 쬠 사랑스럽다.